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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om-SOY ♣/포토에세이 Photo Essay

순간의 추억이 더 길다. - soy

by 소이나는 2015.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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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추억이 더 길다.



중국 길림성 왕청현에서


저녁에 다른 일정이 있어 준비하던 차에 오후에 조선족 친구에게 뜻밖의 초대를 받았다.
자신의 집에 가자는 것이다.
아무 고민 없이 흔쾌히 두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작고 아담한 마을 왕청에 다녀왔다.
어머니께서 하시는 작은 식당인 '매당화'라는 정겨운 이름을 보며 안으로 들어갔다.
친구들이 온다고해서 인지, 벌써 많은 음식들이 준비되어있었다.
관공서에서 일하시는 아버지도 일을 마치고 돌아오셔서, 귀한 술이라며 술을 꺼내 접대를 해 주신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에 즐거움을 더해갈 때에 친구의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친구들은 이렇게 한글을 잘 하는데, 너도 좀더 한글을 잘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알고보니 아버지께서는 우리가 한국에서 온 사람이 아니라, 다른 조선족 친구인 줄 알고 계신 것이었다.
사실 그 친구는 어려서 부터 한족 학교에 다녀서 어느 정도 이해할 정도만 한글을 알고 있었고,m또 대학에서는 영어를 전공해서 한글을 공부할 여유가 많지 않았다.
내가 그 친구를 알게 된 것도, 내가 그 친구에게 한글을 가르쳐주고, 그 친구에게 내가 한어를 가르쳐준 것이 계기였다.
그런 친구에게 아버지는 자신의 추억과 인생이 담긴 언어를 잊어가는 젊은 이들에 대한 아쉬움을 표출하시는 것이었다.
언어라는 것이 단지 의사소통의 목적이 아닌 그리움의 대상이라는 것을 보여주신 것이다.
왠지 모르게 허전해 지는 아버님의 표정을 보며, 그동안 나에게 말이란 그저 반사적으로 뇌를 타고 흐르는 대화를 위한 수단일 뿐이 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물론 어설픈 시를 끄적이는 것을 좋아했지만, 그렇게 한 단어에 수많은 고민을 한 적도 있지만, 말에 숨어있는 그리움의 의미는 알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이 순간을 각인 시켜주기 위해서인지 밖에는 잠시 소나기가 내렸다.
비가 그치고 친구와 함께 거리를 걸었다.
그 순간이 이렇게 오래 기억될 줄도 모르고, 그때에는 단지 고마움과 상쾌함만을 가진 채 시간을 흘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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