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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om-SOY ♣/포토에세이 Photo Essay

햇살 이불 - soy

by 소이나는 2016.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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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이불

 

 

한 여름. 잠이든 강아지 in Beijing, China



장마와 태풍이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요즘.

길가의 한 강아지는 햇볕을 이불 삼아 잠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올해 봄과 초여름에 오랜 기간 비가 오지 않아 기우제를 들일 정도로 가물었지만,

중국의 북경은 원래 비가 거의 오지 않고, 여름은 한국보다 더욱 무덥다.

만약 비가 내린다고 해도 사람이 만든 인공비가 내릴 뿐이다.

예전에 연변에서 처음 인공비가 내리는 것을 본 날에는 왠지 모를 우울한 기분에 잠을 못잤지만,

어느덧 그런 것에도 익숙해져 버리기도 했다.

비라는 것이 사람들에게 참 소중한 것이긴 한가보다.

잠들어 있는 강아지도 비를 바라고있기는 할까?

 

왠지 평화롭게 잠들어있는 저 강아지는 세상에 대한 관심도 없이 그저 하루 하루를 살아갈 것 같은데,

눈을 뜨고 다시 세상과 마주하면 인간처럼 고된 하루를 지내게 될까?

오히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이 고요한 연못에 돌을 던지는 불한당 같이 느껴지기만 한다.

자신을 바라보며 헛 생각을 가지고 사진도 찍고 있는 사람이 있는 건지도 모르며 잠든 강아지를

옆에 앉아 잠시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저 작은 강아지가 자는 줄도 모르고 길을 걷다가 실수로 강아지를 밟을 뻔도 한다.

괜시리 걱정되어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발 조심하세요." 라고 하며 잠든 강아지와 함께 잠시 시간을 보냈다.

얼마가 지나니  사람들도 함께 다가와 잠든 강아지를 구경한다.

의도하지 않게 잠든 강아지는 그 공간의 주인공이 되었고,

나는 익숙지 않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을 피해 그리고 더위를 피해 가던 길을 다시 걸었다.

 

지금은 에어콘의 냉기가 나오는 시원한 방안에 앉아,

내게 익숙한 언어로 컴퓨터 자판을 치며 더위 속의 강아지를 떠올린다.

 

왠저 저 강아지는 눈을 뜨면 내게 '니하오~!'라고 인사할 것 같다.

그럼 나는 그저 '안녕~!'이라고 답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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