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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점 Book ■

농무 - 신경림

by 소이나는 2009.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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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무 -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 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꺼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거나.

- 신경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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