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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om-SOY ♣/포토에세이 Photo Essay

잉크 - soy

by 소이나는 2017.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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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 크


물에 퍼지는 잉크


잉크가 물어 퍼지는 순간을 마주하니, 글로 써져야 하는 잉크들이 물 속에 흐터져 용도를 잃어가는 것이 요즘 내 모습을 보고 있는듯 하다.

글자가 되지 못하는 자신의 용도를 잃어 버린 잉크처럼 나도 많은 것을 잃고 살아가는 것 같다.


예전에는 문듯 여러 문장이 떠오를 때가 많이 있었다.

어디선가 누군가가 귓가에 몰래 속사이는 것인지, 내 마음 속에 숨어 들어 내가 모르는 내가 생각을 하는 것인지,내 뇌 속에 글자를 누군가가 심어 놓은 것인지, 


"왜 갑자기 어런 말이 생각나지? " 할 때가 자주 있었다.


어려서는 순수한 마음에 하늘에서 전해주는 언어 같다는 생각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문장은 짧은 시간 머릿 속에 남아 있다 연기가 사리지듯 허공으로 흐터져 남아있지 않은게 되곤 했다.

그래서 그런 문장이 떠오를 때 주변에 종이와 펜이 있으면 남겨두기도 했는데, 그런 적이 많지는 않아 사라진 기억이 더 많다.

그래도 그렇게 갑자기 떠오르는 문장들이 있을 때의 기분이 너무 좋아 언제나 그러한 상태 속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갖았다.

그러한 순간에는 늘 하늘과 대화를 하고 있는 느낌이었고, 선물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요즘은 도통 떠오르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문장이 아니라 하나의 단어도 아무 생각없이 떠오르는 일은 없다.

어쩌면 그것은 아마도 내 스스로 하늘의 말에 귀를.. 그리고 가슴을 닫아 버렸기 때문인 것도 같다.

그리고보니, 전에는 홀로 자주 하늘을 바라보았다.

푸른 하늘, 먹구름이 잔뜩 있는 하늘, 밤 하늘.

그렇게 하늘을 보고 있으면 무거운 몸을 땅에서 떨쳐내지 못하며 살아가는 자신에게서 벗어난 것 같았다.

그런데 요즘은 하늘을 보는 일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오직 앞만을 바라보며 살고 있는 것 같다.


어느 것이든 마찬가지 이겠지만 관심을 가지고, 신경을 쓰는 것에 익숙해 지는 법인데,

현실에 더욱 신경을 쓰고 귀를 기울이니, 나의 이성과 개성은 나를 떠나가고, 다른 사람들과 동화되어 나만이 갖던 세상에서 스스로 나와 버린 것이다.

세상에서는 이렇게 둥글 둥글한 성격이 되고,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는 사회적으로는 적합한 사람이 되었는데, 내 자신에게는 더욱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그저 적당한 캐주얼 정장 같은 주변에 흔한 평범한 사람 중에 하나가 되어 버린 것 같다.

나의 이성과 개성으로 부터 스스로 떠나가고, 하늘과의 대화는 더 이상 없다.


한편으로는 '나이가 들면서 그런 것이겠지' 라고 스스로 핑계를 대고 있다. 

나이가 드는 것은 단지 늙는 것이 아니고, 세상을 더욱 알아가고 익숙해져 자신을 버리고 세상의 보통 사람으로 만드는 생명의 끝으로 다가서는 지름길이라는 고약한 핑계를 대고 있다.

사실 나이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단지 나의 관심, 내가 버린 자신에 대한 애정이 사라진 것이 문제라는 것은 알고 있다.

현실에 하루 하루를 살고 있다는 안주함에 너무 익숙해 진 것이 문제라는 것도 알고 있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다.

내 자신을 찾아가 진정한 자신과 마주하는 것이 살아가는 삶을 맛 볼 수 있으며 살아있는 이유를 알게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시작으로 펜에 잉크를 적셔야겠다.


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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