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_ 최은영 소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오는 다양한 감정선들을 섬세하게 문장들 사이에 그리고 있다. 때로는 고요하게, 때론 너울거리는 파도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툭.툭. 감정을 두드린다. 보통의 단어들이 배열되어 있는 문장임에도 힘이 실려있고, 날카롭고 뾰족하다. 읽는 내내 깊숙이 숨어있던 나의 부끄러운 감정들을 들추어내고 찔러댄다.
아프다.
뜨끔했다.
누군가를 비교하고 나 자신의 우월감을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안도하고 위안을 삼고 더 나은 삶이다 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도 자기 오만이었다.
다수의 선한 사람들의 세상에 대한 무관심 속에 나또한 그러고 있지는 않았나,, 되돌아보게 된다.
특히나 [미카엘라]에서는 끝내 간신히 붙잡고 있던 내 감정을 마구마구 흔들어 댔다. 울렁이게 했다..... 붉어진 두눈 가득 뜨거움이 일렁이게했다.
일부러 감정을 끌어내려는 다분히 의도적인 소재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먹힌다.
손녀를 만나고 돌아가는 길에 비를 맞는 할아버지와 소유의 장면도 그러했고, 미카엘라와 엄마사이의 이야기에서도 그러했다. TV나 여타 다른 책들속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장면들이었다. 하지만 작가는 달랐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있었다. 이 책에서도 언급했듯 최은영 작가만의 맑고 순한 서사의 힘이 아닐까 싶다.
시간이 지나고 하나의 관계가 끝날때마다 나는 누가 떠나는 쪽이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생각했다. 어떤 경우 나는 떠났고, 어떤 경우 남겨졌지만 정말 소중한 관계가 부서졌을때는 누가 떠나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알 수 없었다.
p.89 신짜오 신짜오 中에서
상대의 고통을 같이 나눠 질 수 없다면, 상대의 삶을 일정부분 살아낼 용기도 없다면 어설픈 애정보다는 무정함을 택하는 것이 나았다.
p.105 언니, 나의작은, 순애언니 中
우리는 예의바르게 서로의 눈을 가렸다. 결국 마지막에 와서야 내가 먼저 그의 눈에서 내 손을 뗐고, 우리는 깨끗하게 갈라섰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지막은 그렇게 깨끗할 수 없기에 그 이별은 우리사이에 어떤 사랑도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
우리는 그저 한 점에서 다른 한 점으로 이동했을 뿐이다.
p.129 한지와 영주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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