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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om-SOY ♣/포토에세이 Photo Essay

멋진 카페는 사라지고 - soy

by 소이나는 2017.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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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카페는 사라지고 


텅빈 카페



 오래 전에 근사한 카페가 하나 있었다.

실내는 모던하고 세련된 디자인에 심플함을 더한 블랙 & 화이트의 멋이 있고

벽에는 난잡하지만 균형있고, 날카로운 Pen의 선이 이어지고, 부드러운 墨의 흐터짐이 어울려 환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이 카페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커피의 맛이 없는 것도 아니고 분위기도 훌륭했지만, 문제는 아마도 시대(時代)와 문화(文化)에 있지 않았을까 한다.

이 카페가 있던 시절에는 프랜차이즈 카페라는 것도 대도시에나 몇 곳 있을 뿐이다.

다방과 카페의 구분도 모호할 때이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물을 마시듯 커피를 즐기고 있지만, 그 당시에 커피는 단지 다방커피, 커피믹스, 캔 커피만이 인기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중소도시에 있던 이 근사한 카페는 결국 사라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카페가 사라진 때부터 점점 커피의 유행이 조금씩 시작되었다.


 이 카페가 사라지고 카페의 자리에는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가 들어왔고, 얼마 지나니 많은 손님들이 프랜차이즈 카페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틀에 밖힌 분위기의 인테리어와 어떨 때에는 담뱃재 맛이 나는 어이 없는 커피에 사람들은 열광하고 있었다.

멋진 분위기와 맛있던 카페는 그렇게 외면 속에 살라졌는데, 그 카페보다 모든 것이 덜한 것에도 인기가 있는 것을 보니,

유행의 변화에 대단한 힘을 보는 것 같다.


 이런 모습에 '굴러 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는 속담과 '주객전도 (主客顚倒)'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런데 굴러 들어온 돌이 너무 크고, 객(客)이 너무 힘이 좋은 것인지, 이런 흐름은 아직도 거침이 없는 것 같다.

아쉬운 것은 유행에 따라 우후죽순(雨後竹筍)으로 늘어난 카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풍요속의 빈곤이라고 카페는 홍수가나 넘쳐 흐르는데, 딱히 갈 카페는 많지 않다.

커피의 맛보다는 단지 유행에 편승해 생긴 카페 들은 분명 사장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런 말을 많이 한다.

"내 입맛이 싸구려인지 이 비싼 커피가 맛있는지 모르겠어. 내가 맛을 몰라서 그런거겠지."

이 말은 상황에 따라서는 맞는 말이고, 때로 틀린 말이 될 수도 있다.


 맛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기에 자기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면 분명 맛이 없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자기가 싫어하는 것이 맛있다고 강요한다고, 맛 없는 것이 맛있어 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커피를 마시고 맛이 없다고 느꼈다면 그 커피는 당사자에게 맛이 없는 커피임에 틀림이 없다.

커피라는 것이 커피 맛을 아는 전문가와 마니아 소수만을 위한 것은 아니기에 내가 맛을 모른다는 것은 틀린 말이 될 것이다.

자신의 입맛을 믿고 맛을 판단하면 된다고 생각이 된다.


 하지만 정말 맛을 몰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맛이란 것은 다양한 것을 먹고 마시며 기억을 해두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커피는 분명 맛있는 커피가 있고, 맛이 없는 커피가 있다.

커피 자체를 싫어할 수는 있지만 커피에 대한 거부감 까지 가지는 것이 아니라면,

다양한 커피를 마시다보면 자신에게 맞는 커피가 있다.

하나의 커피를 마셔보고 다른 커피를 마시며 비교를 해보면, 어느 커피가 더 자신에게 맛있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분명 더 맛있는 커피는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만나게 되는 커피들이 맛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입이 싸구려라서가 아니라 많은 종류를 커피를 마시며 음미하는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맛이 없는 커피들이 더 많이 있다.

비싸다고 다 맛있는 커피는 아니기에 자신이 맛을 모른다고 자신의 입이 싸구려라고 여길 필요가 없다.

자신을 낮추며 맛없는 커피에 익숙해 지기 보다는 자신이 맛있어하는 커피를 찾아보는 것이 커피를 대하는 더욱 좋은 자세일 것이다.

그렇다고 프랜차이즈라고 다 맛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프랜차이즈의 커피가 맛있다면 그 커피를 즐기면 되고,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자신과 맞는 커피를 발견한다면, 그곳을 이용하면 되는 것이다.


 "커피에게 자신을 맞추지 말고, 자신에게 커피를 맞추자!

  남의 추천은 참고만 할뿐, 자신의 기준을 세우자!"

 이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이렇게 말은 했지만, 걱정되는 것은 맛 없는 커피를 파는 곳이 너무 많아서 자신의 맛을 찾기에 선택의 기초를 삼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적은 맛 있는 커피를 파는 카페들이 많은 맛 없는 커피를 파는 카페 때문에 선택의 기회를 받지도 못하고 밀려 사라지는 것이 아쉽기만하다.

그래도 맛 없는 커피에 자신을 맞춰 나가지 않는다면 그나마 맛 있는 카페가 살아남는 커피 문화가 이루어 질 것이다.

그나마 요즘은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지다보니 점점 사회도 자신의 맛을 찾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기에 다행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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