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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om-SOY ♣/포토에세이 Photo Essay

떠난 황구 - soy

by 소이나는 2016.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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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황구



길가에 홀로 있던 황구



날이 따뜻하던 날.

산책을 위해 위요지를 벗어나 길로 나서면 보이던 황구 한 마리.

처음에는 무서운 얼굴에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걸었지만,

소리가 나면 겁을 먹고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에 "개조심"을 생각하게 하는 '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늘 혼자 길가에 앉아 졸고 있는 모습을 보다가 불쌍한 마음에 가까이 가니 꼬리를 흔들며 좋아한다.

근처 슈퍼에 들려 먹을 것을 좀 주기도 했는데, 얼굴을 자세히 보니 눈썹이 짙다.

누가 눈썹을 짙게 색칠한 것인지 원래 저렇게 눈썹이 짙은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꽤 오랜 시간 황구의 집 근처를 지나며 황구를 보면 저렇게 두꺼운 눈썹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시간이 지나고 어느때인지 모르겠는 시간에 황구는 사라졌다.

빈 개집만이 남아 썰렁해 보이더니, 또 시간이 지나자 개집도 사라졌다.

그러고 보니 전에는 동네에 개를 기르는 집들이 많이 있었다.

가정집의 정원에 뛰다니는 개도 있고, 사진의 황구처럼 길가에 목줄을 하고 있는 개도 꽤나 있었다.

밤에는 한 마리가 짖기 시작하면 동네 개들이 다 짖어 시끄러워 잠을 설치게 할때도 많았다.

그런데 한 집 두 집 개들이 나이가 들어 죽기도 하고, 남의 집 개이기에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는 이유로 하나 둘 사라졌다.

아마도 시끄럽게 짖는 개들 때문에 이웃이 뭐라고 해서, 개가 죽은 뒤에는 새로 기르지 않는 것도 같고, 기르는 것이 귀찮아 진 것도 같다.

우리 집에서 기르던 백구도 집을 나가 돌아오지를 않아, 그 뒤로 개를 기르지 않았다.

이렇게 개들은 사라지고 개들이 지키는 골목과 집들 근처에는 방범용 CCTV가 곳곳에 설치되어 밤 손님으로 부터 집들을 보호하게 되었고,

허름한 집과 낮은 집의 지붕 위에는 길 고양이 들이 자리를 잡았고, 개는 강아지가 되어 애완용으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것만 동네의 분위기는 전과 많이 달라져 있다.

잠시 산책을 하러 나가도 근처에 먹을 것을 줄 순박하게 생긴 황구는 이제 없다.

길가의 자동차와 사람들의 모습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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