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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점 Book ■116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 -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一生을 살아갔다. 네가 본건, 지붕 덮은 쇠 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 항아리. 아침 저녁 네 마음속 구름을 닦고 티 없이 맑은 永遠의 하늘 볼 수 있는 사람은 畏敬을 알리라 아침 저녁 네 머리 위 쇠항아릴 찢고 티 없이 맑은 久遠의 하늘 마실 수 있는 사람은 憐憫을 알리라 차마 삼가서 발걸음도 조심 마음 아모리며. 서럽게 아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 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 - 2009. 7. 16.
외인촌 - 김광균 - 외인촌 - 하이얀 모색(暮色) 속에 피어있는 산협촌(産峽村)의 고독한 그림 속으로 파아란 역등(驛燈)을 달은 마차(馬車)가 한 대 잠기어 가고 바다를 향한 산마루ㅅ길에 우두커니 서 있는 전신주 위엔 지나가던 구름 하나 새빨간 노을에 젖어 있었다. 바람에 불리우는 작은 집들이 창을 내리고, 갈대밭에 묻히인 돌다리 아래선 작은 시내가 물방울을 굴리고, 안개 자욱한 화원지(花園地)의 벤취 위엔 한낮에 소녀들이 남기고 간 가벼운 웃음과 시들은 꽃다발이 흩어져 있었다. 외인 묘지의 어두운 수풀 뒤엔 밤새도록 가느다란 별빛이 내리고, 공백(空白)한 하늘에 걸려 있는 촌락의 시계가 여윈 손길을 저어 열 시를 가리키면, 날카로운 고탑같이 언덕 위에 솟아 있는 퇴색한 성교당의 지붕 위에선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 2009. 7. 15.
폭포 - 김수영 - 폭포(瀑布) - 폭포(瀑布)는 곧은 절벽(絶壁)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規定)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向)하여 떨어진다는 의미(意味)도 없이 계절(季節)과 주야(晝夜)를 가리지 않고 고매(高邁)한 정신(精神)처럼 쉴사이없이 떨어진다. 금잔화(金盞花)도 인가(人家)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瀑布)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醉)할 순간(瞬間)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타(懶惰)와 안정(安定)을 뒤집어 놓은 듯이 높이도 폭(幅)도 없이 떨어진다. - 김수영 - 2009. 7. 11.
들길에 서서 - 신석정 - 들길에 서서 - 푸른 산이 흰구름을 지니고 살 듯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하늘을 향하고 산림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젊은 산맥으로 삼고 부절히 움직인다는 지구를 밟았거니 .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이냐.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푸른 별을 바라보는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이거니.... - 신석정 - 2009. 7. 10.
화수분 - 전영택 1. 줄거리 첫겨울 추운 밤은 고요히 깊어간다. 행랑에서 아범이 우는 소리가 들린다. "아범이 왜 울까?" 나의 행랑에 사는 아범은 아내와 어린 딸 둘과 살고 있으며, 그 아범의 이름은 화수분이다. 화수분은 매우 착해 보이는 사람이었고, 그의 살림살이는 끼니를 잊지 못할 만큼 가난하였다. 그에게 있는 딸 중 큰 애는 귀동이라 불리며 성격이 아주 유별나고 버릇이 없었다 " 그 어미가 아무리 욕하고 때리고 하여도 볼만 부어서 까딱 없다. 도리어 어미를 욕한다." 작은 애는 이제 세살박이로 항상 어멈의 등에 업히어 있었다. 어느 날 쌀가게 아주머니가 큰 딸을 다른 사람에게 주락 하며 어떤 부인을 소개 시켜 준다. "제 자식을 남을 주고 싶지는 않지만 어떻게 합니까. 아씨 아시드키 이제 새끼 또 하나 생깁니다그.. 2009. 7. 9.
쉽게 씌어진 시 - 윤동주 - 쉽게 씌어진 시 -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진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 윤동주- 2009. 7. 9.
농무 - 신경림 - 농무 -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 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꺼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거나. - 신경림 - 2009. 7. 8.
참회록 - 윤동주 - 참회록 -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王朝)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이 한 줄에 줄이자.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그 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 윤동주 - 2009. 7. 7.
소설 조조 - 권오중 소설 조조를 읽었다. 오래 전에 사서 읽었던 책인데, 요즘 다시 꺼내서 읽어 보았다. 그 사이에 책 디자인도 바뀌었다. 그런데 책 디자인이 '이문열 삼국지'와 너무 비슷하다 ㅠㅠ, 출판사는 소설 조조가, 우리터이고, 이문열 삼국지는 민음사인데, 웬지 책 표지를 저렇게 해놓으니 삼국지의 시리즈 중 하나 같이 보인다. ㅋㅋ 저래도 되는 건가^^? 뭐 내용이야 삼국지 내용이니 읽는 독자에게는 상관이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내가 본 책의 디자인은 이랬다. 1993년에 산 책이기 때문이다.^^;; 맨 위의 책은 99년에 바뀐 것 같다. 표지 자체는 옛날 것이 더 멋있는 것 같은데.. 이문열 삼국지와 비슷한 표지가 더 잘 팔릴 것 같다. ㅎㅎ 가격은 5500원 이었는데. 그리 많이 오르지는 않았다. 지금은 7500.. 2009. 7. 6.
눈이 오시네 - 이상화 - 눈이 오시네 - 눈이 오시면 - 내 마음은 미치나니 내 마음은 달뜨나니 오 눈 오시는 오늘밤에 그리운 그이는 가시네 그리운 그이는 가시고 눈은 자꾸 오시네 눈이 오시면 - 내 마음은 달뜨나니 내 마음은 미치나니 아 눈 오시는 이 밤에 그리운 그이는 가시네 그리운 그이는 가시고 눈은 오시네! - 이상화 - (1901 ~ 1943) 2009. 7. 5.
설야 (雪夜) - 노자경 - 설야 - 어느 그리운 이를 찾아오는 고운 발주욱이기에 이다지도 사뿐사뿐 조심성스러운고? 장창(長窓)을 새어새어 툇돌 위에 불빛이 희미한데 모밀꽃 피는 듯 흰 눈이 말없이 내려.... 호젓한 가슴 먼 옛날이 그립구나. 뜰 앞에 두 활개 느리고 섰노라면 애무하는 ㄷ스 내머리에 송이송이 쌓이는 흰 눈. 아, 이 마음 흰 눈 위에 가닥가닥 옛날의 조각을 다시 맞추어 그리운 그날을 고이 부르다. - 노자경 - (1898~1940) 2009. 7. 4.
낙엽 - 구르몽 (시몬 너는 좋으냐?) - 낙엽 - 시몬, 나뭇잎 져 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나지막이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 구르몽(Remy de Gourmont, 프랑스 1836~1915 - 2009. 7. 3.
사랑한 뒤에 - 시먼즈 - 사랑한 뒤에 - 이제 헤어지다니, 이제 헤어져 다시는 못 만나게 되다니. 영원히 끝나다니, 나와 그대, 기쁨을 가지고, 또 슬픔을 지니고. 이제 우리 서로 사랑해서 아 된다면 만남은 너무나, 너무나도 외로운 일, 지금까지는 만남이 즐거움이었지만 그 즐거움은 이미 지나가 버렸다. 우리 사랑 이제 모두 끝났으니 만사를 끝내자, 아주 끝내자. 나, 지금까지 그대의 애인이었는데 새삼 친구로 굽힐 수야 없지 않는가. - 시먼즈 - (Symos, Arthur, 영국, 1865 ~ 1945) 2009. 7. 2.
짝 잃은 새 - 셸리 - 짝 잃은 새 - 겨울철 황량한 마른 나뭇가지 끝에 짝 잃은 새 한 마리 짝을 그리네. 허공에는 사늘한 바람이 불고 아래에느 찬 시린 냇물이 흘러가네. 앙상한 수풀에 잎인들 남았으며 꽁꽁 언 땅 위에 꽃인들 있으리요. 적막한 허공에는 아무 소리도 없고 물방아 구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네. - 셸리 - (Shelly, Percy Byssho, 영국 , 1792 ~1822) 2009. 7. 1.
내 마음의 - 내 마음의 - 내 마음의 깊은 상처를 예쁜 저 꽃들이 알고 있다면 함께 울어서 이 아픔을 고쳐 줄 수 있으리라. 슬프게 아파 오는 나의 마음을 나이팅게일 새가 알았다면 즐거운 노래를 우짖어서 내게 힘을 붇돋아 주었으리라. 나의 괴로움을 알았다면 드높이 반작이는 별들도 높은 하늘로부터 내려와 상냥하게 위로해 주었으리라. 하지만 나의 슬픔을 아무도 알고 있지 못하니 알고 있는 사람은 나의 마음을 이렇게 짖어 놓은 그녀뿐이다. - 하이네 - (Heine, Heinich) (197 ~ 1856) 2009.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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