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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om-SOY ♣/포토에세이 Photo Essay

추억의 공간은 - soy

by 소이나는 2015.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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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공간


YUST '낮은음자리'


어느 누구에게나 자신이 생각하는 소중한 추억의 공간이 한 곳 쯤은 있을 것이다. 그 공간을 생각하면 흐뭇한 미소가 퍼지고 옛 추억의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행복한 곳이 말이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던 그때가 다시 한 번 떠오른다. 에도 그런 공간이 있고, 쉽게 떠오르는 장소가 있다. 중국 길림성 연길시 YUST 대학 안에 위치한 카페인 '낮은음자리'라는 곳이다. 어찌보면 저곳이 모든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 버린 곳이다. 생각과 성격, 가치관, 인생에 대한 추구 등 모든 것에 영향을 준 곳이었다. 하지만 처음 그곳에 가게 된 것은 의도하지는 않았다.

군대를 전역하고 다가온 학기에 수업을 듣고 있는데,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 학교에서 외국에 보내주는 많은 제도가 있는데, 왜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과 자체에서도 일본에 보내주는 것이 있었고, 그 말씀을 하실 때에는 학교의 국제교류원 측에서 영어권과 중국, 일본으로 보내는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었다. 영어도 엄청 못하고, 중국어와 일본어는 도통 모르던 나에게 그런 것은 좀 동떨어진 이야기 같았다. 그렇지만 늘 반복되는 일상 속에 무언가를 벗어던지고 싶은 마음에 왠지 모르게 이끌리는 심정이 생겨나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없이 원서를 내보았다. 믿을 만한 것은 거창하게 쓴 자기소개서와 꽤나 잘 관리했던 학점뿐이었다. 교수님 추천서, 학과장님 추천서도 힘들게 받고, 절차를 거쳐 마지막으로 면접을 보았다. 그것도 마지막의 순서로 면접을 보러 들어가니 함께 들어간 사람들은 왜이리 말들을 잘하는지, 감탄을 하며 어떤 말들에 대해 답을 하고 나온 것은 같은데, 무슨 말을 하고 나왔는지도 모르고 나왔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생활을 할 때에 생각치도 않게 되었다는 연락이 온 것이다. 그래서 다시 간 국제교류원에는 재미있게도 마지막에 면접을 들어간 4명이 그대로 마지막 면접에서 남아있을 수 있었다. 같이 선발된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그 사람들도 '저 사람들은 뭐 길래 저리 말을 잘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자신도 실수한 것 같을 때 안 되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연락이 왔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낯선 외국 땅에서의 삶이 시작되고, 그전에 살아오던 모든 과거를 잊기 시작했다. 내가 다니게 된 학교는 시설은 미약했지만, 교육이라는 참된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는 곳이었다. 교수님들은 학교 안에서 생활을 함께하며 학생들을 지도하고, 밤에도 학교 안에 남아 공부하는 학생이 있으면 자연스레 옆자리를 차지하고 또 다른 배움이 시작되었다. 수업은 거의 발표와 토론, 실습으로 이루어지고, 수업을 하고 있으면서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친한 교수님의 가족과는 함께 한적한 시골로 MT를 가고, 젊은 교수님과는 농구를 함께 즐기며, 학생들은 학교에 대한 애정으로 넘쳐났다. 

한번은 새벽에 일찍 일어나 학교 앞 황폐한 곳에 나이가 지극하신 교수님과 함께 코스모스를 심은 기억도 있다. 그곳에서의 생활은 기숙사에서의 룸메이트들과의 만남, 교수님과의 약속, 한국 학생들과의 모임, 과수업을 위한 모임, 조별 모임, 현지 사람들과의 조우 등 늘 쉴 틈 없이 계획이 잡혔고, 거의 3달 정도의 스케줄이 미리 잡힌 생활을 하였다. 한국에서의 늘 반복되는 생활 속에 틀에 박혀있던 인생은 점점 스스로도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인도해 주었다.  

그렇게 좋은 기억과 영향을 준 학교의 장소 중에서도 바로 사진에 있는 장소가 기억이 난다. 학교 안에 있는 카페인데, 돈은 대충 지불하고 자신이 커피를 타마시고, 도넛이나 샌드위치는 만들어 주는 곳이었다. 하루의 시작은 늘 저곳에서 부터였다. 공부도 만남도 휴식도 대화도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 곳이다. 언제든지 저곳에 들리면 친구들이 앉아 있었고 환한 미소로 대해 주었다. 어쩌다 친구가 없으면 혼자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책을 보고, 친구들과 준비한 공연도 하며, 재미있는 노래자랑도 즐기던 곳이다. 그리 편안한 의자도 아니었고, 그리 맛있는 커피는 아니였지만, 타국에서의 생활에 안식을 주기에 충분했다. 시간이 오래 흘렀지만, 왠지 지금도 저곳의 문을 열면 아무런 걱정도 없고, 슬픔도 없고, 단순하며, 순수하게 저를 대해주던 친구가 웃으며 저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당신의 소중한 추억의 공간은 어느 곳인가? 
생각만해도 자연스레 미소가 퍼지는 그곳. 잠시 생각하며 지친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잠시 뒤돌아 즐거운 공간과 시간을 떠올리며, 다시 행복한 오늘을 살기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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