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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om-SOY ♣/포토에세이 Photo Essay

국경은 무엇인지, 허황되다. - soy

by 소이나는 2015.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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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은 무엇인지, 허황되다.


중국 도문시와 북한의 남양시를 연결하는 다리


주말이 되어 단조로운 일상을 깨고자 친구들과 연길에서 가까운 도문시에 다녀온 적이 있다. 
도문시는 두만강이 흐르는 작은 도시로 북한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곳이다. 
도문에 가보면 중조국경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바로 중국과 조선의 국경이라는 말의 줄임말이다. 
한국에서는 남한과 북한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북한이란 말은 쓰지 않고, 조선이란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중국의 서점에서 파는 지도를 사서 보면 모두 북한은 '조선', 남한은 '한국'이라고 표기가 되어 있다. 
어찌보면 이제는 점점 한반도는 한 국가가 아닌 다른 두 나라가 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한반도의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 서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고, 너무나 닮게 생긴 한 민족인데 말이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것은 모두 같지만, 마음속에 숨어 있는 정은 있지만, 권력과 아집이 모여, 이데올로기라는 껍데기를 쓰고, 서로를 적으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한반도를 넘어 간도에는 조선족이라 불리우는 민족이 있다. 
그들은 또 한국도 조선도 아닌 중국에서 중국의 인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한국에서는 조선족이라는 명칭 때문인지, 한국인도 아닌 중국인이라는 이유 때문인지, 같은 피를 나눈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하고 있다. 
또한 한족과 소수민족과의 차이가 있듯, 중국 내에서도 그리 대접을 받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이제는 조선족자치주의 주도인 연길에도 많은 한족들이 뿌리를 내려 누가 조선족이고 누가 한족인지 구분할 수도 없게 되었다. 
단지 소수민족의 보호를 위해 상점에 내놓은 간판에 한글이 적혀있는 것을 보며 이곳이 조선족들이 살아있는 곳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자세히 연길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중국속의 작은 한국 같다. 
중국에서도 인터넷 속도가 연길만한 곳이 없고 24시간 PC방과 노래방, 찜질방이 운영되고 있다. 
상점들도 늦은 시간까지 장사를 하며 부지런하고 근면한 민족의 습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더덕무침, 설렁탕, 비빔밥, 파전, 냉면 등 한식은 한국에서보다 더 맛있는 요리를 만들고, 
한국에서 나오는 드라마와 음악, 연예인들의 스캔들을 한국에서 온 저보다도 빨리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 미용실, 식당, 숙박업 등을 열며 더욱 한국의 문화를 그대로 심어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새벽시장의 모습과 사람들과의 삶을 보고 있자면, 이곳이 외국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어느 날은 작은 기숙사 방 안에 누워 있는데, 조선족 후배가 들어오는데 그 친구는 성이 '김'씨였다. 
어디 김씨인지가 갑자기 궁금해 물어 보았다. 
과연 조선족들은 본관이 있을까, 그리고 그곳은 어디일까라는 생각이 밀려왔기 때문이였다. 
그 친구는 너무나도 자주 듣던 말을 했다. 
"김해 김씨 입니다." 
그 옆에 있는 친구에게 또 물어보니 역시나 너무 익숙한 말이었다. 
다른 친구는 '파평 윤씨'라고 한다. 
연길에 와서 늘 스스럼없이 친근하게 지내던 친구들이지만, 나는 언젠가는 돌아갈 사람이라는 느낌을 스스로도 가지고 있던 때에, 
이미 예상은 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익숙한 본관을 듣고 나니, 
'저들이 나와 오랜 세월 전에 태어났다면 돌아갈 곳이 아닌 바로 이웃에 살고 있었겠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잔잔한 파문이 일어났다. 
그리고는 이곳 간도라는 곳은 구한말과 일제시대의 고통에 못이겨 한반도를 떠나 잠시 장소를 옮긴 바로 이웃들이었다. 
그리고 지금 조선족이라 불리우는 사람들은 만주와 간도에서 독립운동을 위해 피를 흘리던 사람들의 후예였다. 
그들과 함께 일송정에 올라 해란강을 바라보았다. 
그들과 윤동주 시인이 어린 시절 살던 집 뒤편에 있는 모래판에서 씨름도 했다. 
그들과 술을 마시며, 축구를 하고, 여행을 가고, 이야기를 했다. 
그들은 저를 이방인이 아닌 친구로 대해 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곳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작은 연못을 보았다. 
그 연못을 보고 있자니, 두만강이 생각난다. 
멀리 간도에서 두만강을 보았을 때에는 한반도의 남쪽 끝이 멀지 않다 느껴졌는데, 
한국의 작은 연못을 보고있으니 한반도의 북쪽 끝이 너무 멀게 느껴진다. 
마치 저 연못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연꽃들의 삶이 우리 민족과 같아 보인다. 
하지만 언젠가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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