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공주
부곡천탑마을
부곡천탑마을
오랜만에 쉬는 날이라 늦잠을 자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아침 일찍 눈이 떠지고 정신도 말똥 말똥해서 집안에서 하루를 보니기가 아쉬워, 사진기 하나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여행 지도 하나를 펴 놓고 둘러보다가, 충남 공주에 마곡사라는 절을 많이 들어본 것 같아서, 지도에 있는 마곡사를 찾아 출발했다. 공주의 북동쪽에 있는 천안으로 해서 광덕산을 지나 공주로 들어갔는데, 평일이라 그런지 도로에는 차도 하나 없고, 푸른 산들 사이로 드라이브를 즐기니 상쾌한 기분이 든다.
길을 가다 보이는 돌탑들
음악 크게 틀어 놓고, 주변 경치를 즐기며 공주시로 들어서 조금 가다보니 한 마을에 돌탑이 쌓여 있는게 보인다. 처음에는 한 두개 있는 건가보다 했는데, 조금 더 가도 돌탑들이 보이기에 잠시 멈추어 마을을 둘러보았다.
마을의 입구에는 큰 돌탑 세개가 있고, 정자 하나와 돌탑아래로 흐르는 계곡물이 흐르고 있었다. 부곡천탑정보화마을이라는 명칭이 붙어 있는데, 분위기는 좀 정보화마을과 극대비를 이루는 듯하다. 한없이 느려보이고, 어느 곳보다도 더 시골같이 보이는 마을이었다.
이 마을회관 맞은편에 우뚝 선 3개 중 가운데 탑은 공주시 399개 마을에서 모아온 돌들로 쌓은 공주시탑이다. 부곡천탑마을은 내가 가려고 하던 공주 마곡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지금은 돌탑개수가 백 개 남짓하지만 천개의 탑을 꿈꾸며 마을 사람들은 물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하나씩 돌을 쌓아 탑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탑 쌓기는 간단하면서도 어렵다. 접착제나 시멘트를 쓰지 않기 때문에 무너질 수 있다. 균형을 잘 잡고 큰 돌 작은 돌을 고루 섞어야한다. 마을 주민들이 도와주기에 큰 어려움은 없다. 인원이 많고 시간이 충분한 경우 한 번에 완성할 수도 있지만 대개는 다른 사람들이 쌓던 것을 이어 받아 쌓는다. 자신이 쌓던 탑이 어떤 모습으로 완공 되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즐거움을 더한다. 그런데 아직은 마을에 돌탑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다. ^^;;
구분 | 자연생태체험 | 농경체험 | 전통문화체험 | 음식체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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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 토종물고기 관찰하기 산나물 채취하기 | 씨앗 파종하기 표고버섯 따기 | 돌탑쌓으며 소원빌기 짚플공예하기 | 나물만들어 먹기 야생쑥캐어 쑥떡만들어 먹기 |
여름 | 잠자리 잡기 반딧불이 잡기 별자리 관찰하기 | 감자/고구마 캐기 해바라기 심고 이름표달기 봉숭아꽃 물들이기 | 한여름밤의 별빛음악회 야외영화 감상하기 | 감자캐고 감자전 만들기 메밀 해바라기전 만들기 |
가을 | 메뚜기 잡기 송림욕하며 자연알기 | 알밤줍기 해바라기씨앗 수확하기 감따고 곶감 만들기 | 가을단풍구경하기 저녁노을감상하기 조롱박으로 탈만들기 | 고냉지 김치담그기 메밀묵 만들기 |
겨울 | 소여물주기 | 논두렁 썰매타기 연만들고 소원빌어날리기 눈사람 만들기 쥐불놀이 하기 | 5년숙성 묵은지 김치전만들기 |
마을에서는 나름 다양한 체험 코스를 만들어 놓고 있었다. 연중 가능한 탑 쌓기 외에 시기별로 생태체험, 농경체험, 전통문화체험, 음식체험 등 종류가 다양해 골라 즐기면 된다. 마을 앞을 흐르는 냇가에서 하는 물놀이는 여름에만 누릴 수 있는 재미이라고 한다. 봄에는 씨앗 파종하기·표고버섯 따기·쑥떡 만들어먹기·산나물 캐기가 가능하고, 여름에는 잠자리잡기·반딧불이보기·감자 캐기·해바라기에 이름표달기·봉숭아꽃물 들이기·한여름 밤의 별빛음악회 등이 재미있다. 가을에는 메뚜기잡기·알밤줍기·해바라기씨 수확하기·조롱박 탈만들기·고냉지 김치담그기를 할 수 있다. 겨울에는 논두렁썰매타기·쥐불놀이·김치전과 순두부 만들기 등이 기다린다.
처음에는 돌탑 때문에 마을에 멈춘 것인데, 마을 아래로 보이는 냇물이 꽤나 놀기에 좋아 보여 잠시 냇물이 있는 곳으로 내려가 보았다.
천탑마을 앞을 흐르는 냇가
시냇가는 맑은 물이 흐르고 물놀이를 하기 좋게 물이 고여있으며, 옆에는 나무 그늘 아래 평상이 있어 여름을 보내기에 참 좋아보였다. 그래서인지 부곡리 천탑마을은 대기업 2~3곳과 자매결연을 맺었다. 주말이면 워크숍, 가족모임 등으로 마을회관과 숙소가 북적거린다. 도시민은 주민과 함께 감자, 옥수수 농사를 짓는다. 완성하는 데 보름 정도 걸리는 대형탑은 주민과 도시민이 함께 쌓는다. 여름이면 녹음이 우거진 상원골 계곡에 물놀이가 한창이다. 여름에는 하루에 3만 명이 이 계곡을 찾는다. 마을 근처에는 천년 고찰 마곡사와 2000여 개의 장승이 전시된 장승공원이 있다. 부곡리 천탑마을은 자연과 역사가 모두 살아 숨쉰다.
충청남도 공주시 사곡면 부곡산성로 139
그런데 둘러보니 별로 집들도 없고 태화산 자락에 공기 맑고 조용한 시골마을 같이만 보인다. 어디에서 체험을 하는 것인... 찾아보기 어렵다. ㅠ.ㅠ
이런 체험적인 것 말고 인상적인 것은 10여년이 넘게 연속 범죄 없는 마을이라는 것이다. 현대 사회와는 다른 선한 사람들이 욕심없고 순박하게 살아가고 있다. 돌아오는 길에는 정자 옆 버스정류장에 한 할머니가 서계시는 것이 보인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오려면 아직 한참이나 기다려야 하신다고 한다. 공주 정안에 가신다고 하시는데, 내가 마곡사를 가고 있다고 하니, 마곡사 입구까지 태워 달라고 하셔서 함께 마곡사로 향하였다. 마곡사에서는 정안으로 가는 버스가 좀더 많다고 하신다. 아래 냇물이 참 좋다고 말을 하니, 여름에 사람들이 많이 물놀이를 하러 놀러온다고 하시고, 내가 어디 사는지, 나이는 어떻게 되는지, 여행을 온 것인지를 물으시고, 자신의 자식 이야기도 해주신다.
잠시 음악을 꺼두고 할머니의 즐겁게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마곡사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혼자가던 시간에 잠시 이야기꾼이 되어주신 할머니 덕분에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
마곡사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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