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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om-SOY ♣/하루의 흔적 Life

폰카로 찍어본 나의 주말

by 소이나는 2013.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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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근처에서 콩나물 국밥을 먹고, 친구가 만년필을 사야한다고 해서 종로5가의 문방구에 들렸다.

친구는 가늘게 나오는 펜이 무척 마음에 들은 것 같았다.


잠시 걸어 내려오니 광장시장이 나온다. 

시장의 뒤편으로 걸어 들어가서인지 빈대떡을 파는 식당들이 잔득 나온다.

두뚬해 보이는 것이 맛있어 보였지만 이미 아침을 먹고 나왔기에 그냥 지나쳤다.

천천히 걸어 종로4가를 지나 종로 3가 쪽으로 가다가 종묘에 들어갔다.


종묘 뒷 길에서


종묘 앞에는 장기와 바둑을 두시는 어르신들이 많이 계셨다.

그냥 보아도 무언가 고수 같은 느낌이 풀풀 나오시는 모습이다.

한분이 계시면 다른 분이 와서 도전하는 형식으로 대련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종묘 옆에는 막걸리를 한잔만 파는 가게들이 몇곳 있었는데, 이른 시간인데도 

벌써 한 잔을 마시고 다시 벤치로 가시는 어르신 들도 있다.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싶어 주변을 둘러보니 카페는 없고, 슈퍼나 편의점도 잘 안보인다.

종묘의 담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니 작은 슈퍼가 하나 있어 시원한 병 커피를 샀다.

한적한 담길이 그늘저 시원했다.

이제는 종묘로 들어갔다.

궁궐 같은 다른 곳에 비해서 종묘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은 편이다.

그래도 유네스코에 등재되 있을 만큼 유명한 곳이기에 둘러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부분 가족 단위이거나 단체로 온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아무래도 종묘 쪽으로 데이트를 오는 연인은 별로 없나 보다.


종묘에 들어서나 마자 귀신들이 지나다니는 길이 보인다.

표지판에 이곳을 밟지 마세요. 라고 쓰여 있지만, 무시하고 밟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어 아쉽다.

길을 따라 장전으로 가니 한적한 느낌이다. 

어디에서 답사 형식으로 온 것인지 문 근처 그늘 아래에 어르신들이 앉아 설명을 듣고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만 있었다.

묘한 곡선으로 이루어진 바닥과 깊게 뻗은 처마는 단순하지만 깊은 멋을 숨기고 있다.


그리 오래 걷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오늘은 그냥 어디 한곳에서 머물고 싶었던 마음이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종묘의 뒷길로 돌아갔다.


뒷 길의 중간에 있는 벤치에 앉아 있으니 바람소리가 들려와 참 좋다.

물론 종묘와 창경궁 사이를 지나다닌 차 소리가 들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도심에서 그 정도는 용납해 줄 수 있으니 말이다.


음악을 틀어 놓고 사온 커피를 마시며 잠시 있었다.

근처에 까치가 와서 노는 모습도 보인다.

간간히 나이 지극하신 분들이 몇분이 지나가신다.

서울에서 사람이 이렇게 적은 곳도 별로 없는 것 같다.

잠시의 여유를 즐긴 후에 다시 일어나 종묘를 나갔다.


걷지 않겠단 생각은 어디로 날려 보냈는지, 다시 걷기 시작한다.

병 커피가 아쉬웠는지 친구는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산다.


카페 뎀셀브즈


더워서 아이스 사이공을 주문했다. 역시 여름에는 아이스 커피이다.

얼음이 들어간 음료로는 역시 내게 최고의 기호 식품이다.


친구가 좋아하는 잡지, B


커피는 Take Out!!

이제는 종로를 벗어나 청계천으로 향했다.


청계천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청계천에는 사람이 은근히 많이 있다.

한국 사람들도 많고 외국사람들도 많고, 다국적 개천이 됐나보다.

전에 도로로 덮혀 있을 때에 이 위를 지났었는데.. 이제는 이렇게 아래로 걷는다니 정말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물 속에 발을 담그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겹다.

환하게 웃는 얼굴들 처럼 다들 행복한 삶을 영유하는 생이 계속 되길 바라본다.


청계천의 물고기들


청계광장 쪽으로 가니 청계천에 물고기들도 보인다. 

물 속에 있으면 덥지 않겠지?  밖은 덮단다...


암튼 청계광장으로 가니 경주시에서 이런 저런 홍보를 하고 있다.

종이로 만든 모자를 나눠 주기에 써봤는데 머리에 잘 맞지 않는다.


그리고 광화문의 교보문고에 들려 펜과 펜 홀더를 샀다.

평소에 사고 싶었던 것인데 이제서야 살 수 있게 되었다. 사고 나니 꽤나 뿌듯하다. 

그리고 어디로 가야하나 고민을 하고 있는데 친구의 카메라 SD카드가 고장이 나버렸다.

그래서 그냥 걸어 남대문 쪽으로 향하였다.


남대문의 니콘 서비스 센터에 들려 친구는 잠시 점검을 하고, 나는 구석에 앉아 냉녹차를 두잔 연거푸 마셨다.

서비스 센터에 오니 시원하고 좋다. 

친구의 카메라는 정상인 것 같은데 SD카드는 아무래도 좀 맛이 갔나보다.

그래서 남대문 근처의 카메라 가게에서 필름 카메라를 하나 대여했다.


그리고 남대문 시장으로 갔다.

일단 점심이 약간 지났기에 배가 너무 고파서 누들타운에가 물냉면을 먹었다.

누들타운에는 많은 가게들이 있는데, 다 맛이 비슷하니 아무데나 앉으면 된다.


물냉면은 다먹고, 서비스로 나온 칼국수


물냉면은 맛있다. 

시원한 물냉면을 먹으니 칼국수는 서비스... 시원한 맛과 뜨거운 맛을 함께 느껴본다.

앉아서 먹으니 체력이 좀 돌아온다. 그래서 남대문을 좀 돌았다.

친구가 그릇 시장에서 티 스푼을 사고 싶어 했기에 구석 구석 다녔는데, 재미있는 물건을 많이 팔고 있다.

나도 여름 옷을 사고 싶었는데 시장에는 별로 마음에 드는 옷이 보이지 않는다.

근처에 신세계 백화점에 들어갔는데, 역시나 그냥 그래...


그런데 다리가 너무 아프다. 정말 많이 걸었다. 오늘은 이렇게 걷지 않을 거라고 했는데, 이상하게 걷게 된다.

신세계 백화점을 나와 명동으로 가다가 가방 가게에 독특하게 생긴 가방이 있어 구경을 하고 있는데,

대부분 여성 가방을 파는 곳이라 내가 볼 건 별로 없다.


그런데 가방 가게 아저씨가 내 백팩을 보고 호기심을 가지신다.

어디서 그런 가방을 샀냐고 물어본다. 오~ 가방 가게 아저씨가 디자인을 인정해 주시니 뿌듯하다.

다시 가방 가게를 나와 명동에 들어갔다.


명동


남대문 시장만큼이나 명동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다. 젊은 사람들이 많고, 유독 중국인 일본인 들이 많이 있다.

명동은 외국인 전문 쇼핑센터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명동을 둘러보다가 여기에서 반팔을 두벌 살 수 있었다.

역시 쇼핑의 거리인가 보다.

그런데 이제는 다리가 아파 더 이상 걸을 수가 없다. 아침에 일어나 해가 떨어질 때까지 걸었다. 

이제는 정말 휴식이 필요한 때이다.


그래서 생각난 곳은 다동커피집! 역시 마지막 휴식으로는 참 좋은 곳이다.


다동커피집에서 먹은 팥빙수


다동 커피집은 가격도 착하고, 한 잔 이후로 계속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멋진 곳이다.

시끌시끌한 현대식 카페와 다르게 조용해서 더 좋다.


손흘림 커피는 서비스


커피집에 앉아 종이에 몇자를 끄적이다 보니, 오랜만에 시를 한 편 적을 수 있었다.

요즘은 시가 잘 써지지 않는다. 어떤 것이 내 머리 속에 들어와 꽉 막고 있는 느낌이다.

전에 처럼 무한대의 상상력은 이제 없어진 것인지... 아니면 그만큼 세상에 익숙해져 나의 생각도 평범해지는 것인지 모르겠다.

시를 한 편 썼지만, 영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시를 쓸 시기가 아닌가 보다. 잠시 떠나 보내야겠다.


커피집에서 나왔는데, 근처 수입 술을 파는 가게에서 술을 싸게 파는 것인지 술을 좋아하는 친구가 호기심을 보인다.

나는 솔찍히 술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친구는 방안에 한 박스 양주가 차있고 신기한 양주를 많이 마신다.

문외한인 나도 한번쯤 들어본 '압생트'를 한 병하고, 자주 마실 버번으로 3병을 산다.

집에도 잔뜩 있던데 저리 또 사는 걸 보니 이 친구는 분명 애주가 이기는 하다.


지하철 역에 혼자 앉아 있는 피노키오


들어가는 길에 닭강정을 사가지고 들어와 친구와 산 버번을 따서 마셨다.

시간은 늦어지고 술 기운에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해가 떴다.

전날 너무 많이 걸어 몸은 무거웠지만 의무적인 느낌으로 다시 밖으로 나갔다.

간단히 음식을 먹은 후에 전날에 명동에서 산 옷의 사이즈를 잘못 가지고 왔기에 일단 옷을 바꾸러 잠깐 명동에 들렸다.

명동에서 버스를 타고 삼청동으로 가려했는데, 환승하려 정거장에서 내린 것이 잘 못내려 다른 버스를 타려 했다.


삼청동으로 가는 버스가 10분 정도 후에 온다고 나오기에 바로 옆에 숭례문이 있어 숭례문을 잠깐 들렸다.

새로 숭례문을 열고나서는 전보다 숭례문을 보기 위해 온 사람들이 많았다.

전에는 숭례문 근처가 한산했었는데, 아무래도 숭례문이 불에 타던 모습은 사람들에게 큰 사건으로 남아 있었나 보다.

그리고 다시 정류장으로와 삼청동에 도착하였다.


팔찌를 사고 싶었는데 홍대로 갈까 하다가 삼청동으로 온 것이다.

삼청동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작은 장터가 열려있는게 보인다.

그곳에서 마음에 드는 팔찌가 있어 샀고, 점토로 만든 고양이 모양의 배지까 있어 함께 샀다.

홍대에서 공방을 하시는 분들이 삼청동에 나와 악세사리를 팔고 있는 것이었다.

홍대로 안가고 이쪽으로 오기를 잘한 것도 같다.


삼청동 길장터에서 산 팔찌


마음에 드는 팔찌를 사니 기분이 좋다. 삼청동은 오랜만에 들렸는데, 그렇게 변한 건 없는 것 같다.

약간 더워 길을 걸으며 milk 라는 가게에서 밀크티를 사서 마신 후에 카페 융에서 팥빙수와 씨앗 호떡을 먹었다.

더운데 왠 호떡이냐라고 할 수도 있지만, 에어콘 잘 나오는 매장이라 좀 추웠다.

블루베리에 씨앗이 잔득 들어간 호떡을 찍어 먹으니 맛이 좋았다.


삼청동 카페 융청와대 쪽 길


카페에서 나와 효자동으로 향했다.

다른 때이면 가까운 거리인 광화문 쪽으로 해서 가겠지만, 역시나 사람이 적고 조용한 길로 걷기 위해 경복궁 뒷길로 갔다.

광화문과는 다르게 사람도 없고 좋다.

그런데 청와대 앞까지 가니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 청와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무리를 파헤치고 지나 효자동에 도착했다.


효자동에 온 이유는 대림미술관에 들리기 위해서이다.

친구가 뭔가를 보여주고 싶어 하고 있었다.


대림 미술관인쇄 전시


전시는 인쇄에 대한 것이었다.

그림과 사진 종이, 손글씨 등 인쇄에 대한 다양한 모습이 전시되어 있었다.

여러 폰트와 창의적인 책 디자인을 볼 수 있어 알찬 시간이 되었다.


미술관 구경을 잘 하고 미술관 뒤에 있는 '라운지 D'에 들려 아이스 커피를 한 잔 마셨다.


라운지 D


전날 보다는 덜 걸었지만, 이날 걸은 시간도 만만치는 않았다.

게다가 전날의 피로가 남아 있어서인지 많이 걷지는 못하겠기에 하루를 마치게 되었다.

단 이틀만에 녹초가 되었다니 체력이 많이 떨어진 모양이다.


전에는 한 달 동안 배낭여행을 했는데, 끄떡 없었는데..

운동을 너무 안해서인지, 나도 점점 나이가 드는 것인지, 오래 걷는게 버겁다.

사실 이틀 동안 걸은 거리가 상당하기에 누구나도 지치기는 할 것이지만 확실히 전에 비해 많이 힘들다.

이제는 하루 하루를 여행같이 보내던 컨셉은 접어야 하나 보다.


친구의 사진기에 찍힌 소이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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