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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꽃 열매 맺은 공주 마곡사 (Magoksa Temple in Gongju-city, 公州 麻谷寺), 공주여행

by 소이나는 2016.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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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꽃 열매 맺은 공주 마곡사

麻谷寺

Magoksa Temple in Gongju-city, 公州 麻谷寺











햇살이 따뜻했던 아침에 늦잠을 자고 싶었지만 반대로 이른 아침에 눈이 떠졌다. 계속 자리에 누워 있는 의지가 없는 사람이 되기 싫어 무거운 몸을 들어 혼자 무작정 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도 정한 것이 없이 마음이 가는대로 떠난 것이다. 천안에서 출발하여 광덕산을 지나 공주 태화산으로 들어갔다. 



[마곡사가는길]


단지 푸름만 있고 인적도 없는 마을에 차를 세우고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자연을 느끼고 있을 때에, 마을버스 정류장에 백발의 할머니께서 시내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이 보여 어디까지 가시는지 여쭈어보니 마곡사 입구까지 간다고 하시기에 자연스레 나의 목적지도 마곡사가 되었다. 



[마곡사 계곡]


할머니가 사시는 동네 이야기, 할머니의 인생이야기를 들으며 오르락내리락 산길을 지나니, 사람의 인생 또한 오르고 내리는 것의 반복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문]


마곡사 입구에 도착하여 할머니를 내려주고 마곡사로 향하였다. 마곡사는 신라시대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사찰로 천년이 넘은 고찰이다. 마곡사로 가는 맑은 계곡을 따라 걷다보니, 산 이름을 딴 '태화산 마곡사'라는 사찰의 초입의 산문이 보인다. 산문은 사찰로 들어가는 첫 번째 문인 일주문(一柱門)이다. 





산문의 모양은 어느 사찰의 입구나 같은 무늬라고 생각되겠지만 숨어있는 그림들을 찾다보면, 조금씩 다른데, 마곡사의 산문은 하늘에서 구름을 입으로 잡은 학과 복숭아를 담은 보살의 모습이 유유자적 세속을 벗어난 평온의 모습을 보여준다. 불교의 학춤이 머리위에 그려진 유독 희망과 평화의 새, 학이 많은 일주문의 멋진 균형미를 즐기며 첫발을 들었다.



[영산전과 매화당]


안거 철에 선방으로 쓰이는 매화당(梅花堂)과 마곡사에서 가장 오래된 영산전(靈山殿)이 보이며, 전통적인 가람의 전각 배치로 보면 산만한 느낌이 들지만 오히려 그러한 것이 더욱 자연스럽고 편안한 마음을 들게 해준다. 흥산루(興聖樓)를 옆으로 보면서 안으로 들어가면 첫 문인 해탈문(解脫門)이 보인다. 지금 현재 자신이 가장 생각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자신을 가장 먼저 구속하는 것이고, 그것을 버리는 것이 해탈은 아닌가한다. 해탈문을 지나면 사천왕을 모시는 천왕문이 나온다. 




[천왕문]


사천왕은 인도의 고대 귀신들의 왕이었으나 석가모니에게 귀의하여 부처와 불법을 지키는 수호신이 되었다고 한다. 불거져 나온 부릅뜬 눈, 치켜 올려진 검은 눈썹, 크게 벌린 입 등 두려움을 주는 얼굴에, 갑옷을 걸치고 큰 칼을 들고 있으며 마귀를 밟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천왕문을 지나면 마곡사로 들어가는 극락교가 있고 왼편으로 명부전(冥府殿)이 보인다. 명부전의 주불은 지장보살인데, 불교에서 구원의 이상을 상징하는 자비로운 보살로 인간을 교화시켜 성불하도록 돕는 보살이다. 형법에서 인간의 재사회화를 위하여 교화와 개선을 추구하는 것이 지장보살의 마음을 담은 법적 제도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천왕]


명부전을 지나 괴로움이 없으며 지극히 안락하고 자유로운 세상으로, 넘어가기 위한 다리인 극락교를 건너면, 중앙에 고려 후기에 만들어 진 마곡사 오층석탑과 나무향기 그윽한 대광보전이 나오는데, 오랜 세월을 지나며 자연스레 낡아진 멋을 보여준다. 



[명부전]


[극락교]




사찰 주변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담은 돌탑이 보이고, 돌탑 사이로 사람들의 소망을 대신 꿈꿔주려는 듯 작은 동자승 인형이 눈을 감고 앉아있다. 나 또한 그저 평온한 세상이 오기를 기대하며 작은 돌을 하나 들어 돌탑에 올려놓았다. 



[범종각]


[대웅전]



안으로 더 들어가면 사찰의 중심인 대웅전이 보인다. 대웅전은 백제 무왕 41년(640)에 자장율사가 창건하여 오랜 역사를 담고 있는데, 임진왜란 때 병화로 소실된 것을 다시 조선시대 효종 때에 중건한 것이라고 한다. 우리 민족의 유물은 몽골, 왜란, 호란, 6.25 등 큰 전쟁으로 소실된 것은 왜 이렇게 많은 것인지, 안타깝기만 하다. 





대웅전이 담고 있던 역사의 슬픔은 우리 민족의 마음에도 담겨있었다. 대웅전을 함께 보던 한 할아버지는 마곡사의 뒷산을 바라보며, “6.25때에 저 산을 넘어 피난을 갔지.”라고 말씀하시며 감회에 잠기셨다.



[마곡사]


[대광보전]


[심검당]





이러한 슬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변의 풍경은 아름답기만 하다. 대웅전 옆으로는 사찰을 타고 흐르는 계곡물이 흐르고, 산들바람 소소히 불어 솔 나무가 흥에 겨워 춤을 춘다. 시원한 바람은 업무를 하며 받았던 세상의 무거움을 씻어 주는듯하다. 이런 마음의 정화는 나 홀로 느끼는 것은 아니었는지, 일제강점기에 김구선생 또한 은거하며 명상을 즐기던 길이라고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백범 김구 선생을 모르는 이들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선생이 어떠한 행보를 걷고 어떠한 가르침을 주었는지는 제대로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 아쉽기도 하다.



[솔바람길]


백범이 걷던 솔바람길을 따라 걷다가 계곡 옆 바위에 앉아 있으니, 주변에 있는 바람, 꽃, 종달새, 다람쥐 등의 존재가 나와 비교하여 못난 것도 없고 잘난 것도 없이 작은 지구에서 함께 공존하는 구성물 중에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펜과 종이를 꺼내 그러한 생각을 적어 보았다.





  연등 꽃을 마음에 달아 열매를 맺으면 

  소슬바람 땀을 날려 허공의 그늘 만들어준다. 

  종달새 지져 귀는 계곡 물 반주에 맞추어 노래 부르면, 

  나뭇잎 흥에 겨워 잎 소리를 낸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지나가는 다람쥐는 

  분주히 산신각 계단을 오르내리며 자신만의 일상을 보내는데, 

  나는 가슴 속에 무엇이 답답하다고 혼자 힘들어 했는가. 

  나의 마음이나 분주히 움직이는 다람쥐의 마음이나 부처의 마음이나 

  하루살이의 마음이나, 

  어쩜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인데, 

  그저 태화산에 들려오는 바람이 만든 교향곡 속에 

  열매를 맺은 같은 공간의 존재일 뿐이구나.





이제는 돌아갈 시간이다. 다시 천왕문과 해탈문을 통해 거꾸로 나갈 수 있지만, 지나온 해탈문의 느낌을 나가며 다시 받고 싶지 않아 문을 통하지 않고 그 옆으로 걸어 나갔다. 왠지 해탈문을 통해 거꾸로 나가면 이곳에서 얻었던 편안한 마음과 차분해진 감정을 잃어버릴 것 같았다. 



[해탈문]


일을 하며 사람을 많이 만나고, 일을 하며 여유도 별로 없고 늘 바쁘게만 지냈는데, 사람이 별로 없는 산 속에 들어오니 그 동안 복잡했던 머리와 마음도 깨끗하게 청소가 되는 느낌이다. 종종 혼자 사람이 없는 곳에서 바람에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계곡물 소리, 새 소리도 듣는 그런 한적한 곳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곡사를 떠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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