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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박범신과 강경, 박범신 작가 소설 '소금'의 배경이 된 집과 박범신문학비 (朴範信, Park beom-sin)

by 소이나는 2015.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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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신 작가 소설 '소금'의 배경이 된 집과 박범신문학비

소설가 박범신과 강경

朴範信, Park beom-sin




박범신의 소금


강경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생각난 장소가 있다면 바로 옥녀봉이다.

강경에 살며 항상 아침에 옥녀봉에 올라 금강을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하곤 했다.

그래서 10여년 만에 강경에 들려 가장 다시 들리고 싶은 곳이 옥녀봉이었다.

이번 강경의 여행을 하며 중간 여정 즈음에 옥녀봉에 도달해 금강을 바라보니 오히려 매일 오르며 보던 금강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으로 느껴져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예전에도 옥녀봉은 꽤나 자주 올랐는데, 이번에 옥녀봉에 올라서 옥녀봉 한 쪽 구석에 허름한 집 하나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정말 아무 것도 아닌 폐가인 오래된 집일 뿐인데, 들어가는 곳에는 북촌길 18, '박범신 작가 소설 "소금"의 배경이 된 집'이라 써있었다.



10여년 전에는 주변에 폐가 같은 집들이 옥녀봉 근처에 몇곳 있고 이런 표식이 없어 그저 버려진 오래된 집이것거니 했는데, 의미가 담긴 곳이었다.

이곳 말고도 옥녀봉 아래의 한국 침례교 최초 예배지 또한 폐가로 남아있던 곳인데, 오래되지 않은 시기에 새로 보존이 되어 그럴싸하게 변한 것을 보면, 강경에도 가치가 있는 곳의 보존이 새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그런데 소금의 배경이 된 집은 따로 어떤 재 보존이 된 것은 아니고 폐가 같은 느낌 그대로 두고 있었다.

단지 이곳이 소금의 배경이 된 집이라는 표식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시멘 벽돌로 올린 집에 시멘트 칠을 한, 회식의 오래된 집, 무언가 허전한 느낌이 들고, 밤에 온다면 마치 귀신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이다.



문도 없고, 그냥 오래된 동네의 폐가 딱 그모습의 집이다.



집안에는 불이 켜지지도 않을 전구가 천장에 하나 달려 있고, 합판으로 붙인 벽들이 썰렁함을 더한다.



사실 난 소금이란 소설을 읽지 않아서, 이곳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도 없었기에 이 집에 대해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집 앞에 앉아 앞을 바라보니, 아무 생각이 없어지고 그저 앞만을 계속 바라보게 되었다.



옥녀봉의 한쪽 낮은 절벽 위에 위치한 이 집 앞의 풍경은 참 평온함을 주었다.

옥녀봉의 풍경이 화려하고 아름답다면, 옥녀봉 정상과 얼마 멀지 않은 이곳의 풍경은 안정감이 있으며 편안한 또 다른 느낌이었다.

집 그늘 아래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기분이 상쾌하다. 

잔잔한 음악을 틀어 놓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렇게 있다가 다시 집을 돌아보니, 별 감흥이 없던 집이 묘하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박범신이란 작가는 이 집에서 어떤 것을 느껴 소금이란 소설을 썼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겨났다.

'소금'이란 소설은 화해가 아닌 가족을 끝내 '가출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쓴 내용이라고 한다.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 자본의 폭력적인 구조가 그와 그의 가족 사이에서 근원인 화해를 가로 막아 부랑자가 된 아버지의 모습을 담은 소설이다.



늙어가는 ‘아버지’들은 이 이야기를 통해 ‘붙박이 유랑인’이었던 자신의 지난 삶에 자조의 심정을 가질는지도 모른다. 

나는 여전히 묻고 싶다. 

이 거대한 소비 문명을 가로지르면서, 

그 소비를 위한 과실을 야수적인 노동력으로 따 온 ‘아버지’들은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부랑하고 있는가. 

그들은 지난 반세기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가. 

아니, 소비의 ‘단맛’을 허겁지겁 쫓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 

늙어가는 아버지들의 돌아누운 굽은 등을 한번이라도 웅숭깊게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박범신 그이 삶이 어떠했는지 그 면목의 일부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소설가 박범신은 영화로 유명한 '은교'의 작가이기도 하다.

'소금'의 배경이 된 집이 강경에 있는 것 처럼 박범신은 충남 논산에서 1946년에 태어났다.


박범신



박범신의 흔적은 강경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박범신의 출생지인 생가터가 있고, 황산전망대 아래에는 박범신 문학비도 있다.


박범신의 생가터는 채운산 서쪽에 위치하고 있지만 그저 터로 남아 있을 뿐이다.


박범신 문학비는 강경젓갈전시관에서 황산전망대로 올라가는 계단 아래에 있다.



감성적 묘사 위주의 시적인 문체와 어두운 삶에 대한 허무주의적 대결, 비정한 문명과 인간성에 대한 비판적인 글로 현대인의 욕망과 좌절, 배타적 인간성, 물질만능의 속물근성, 기회주의 등 다양한 인간 세상의 모습들을 사실적으로, 낭만적으로, 또는 풍자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그의 글은 마치 변해버린 강경의 모습을 닮아있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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