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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제자리에
대둔산
산의 정상에서 장애물이 없이 훨훨 나는 새를 보고 있자니, 예전의 생각이 난다.
슬픔이 밀려오는 날, 도심 한 가운데에서 멀리 솟아 있는 산을 바라보다가 아무 생각없이 그 산을 향해 걸어간 적이 있다.
넓은 대로를 지나, 아파트의 숲을 지나, 작은 골목을 지나, 3시간을 걸으니 산의 입구에 도착하였다.
단지 평탄한 길을 걸었을 뿐이지만 오래 걸어서인지 다리가 아팠지만, '이왕 온거 올라가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번잡한 생각을 잊고자, 세상과 동떨어지고 싶어, 문듯 온 산이지만 오르막을 오르려니, 내가 저 산을 올라 무엇하나라는 회의도 들었다.
하지만 잠시 고민한 후에 발을 들어 나무 사이로 몸을 던졌다.
처음의 언덕같은 오르막을 오르며, 이미 무거워진 다리를 들으며, 한 걸음 한 걸음 지구의 중심과 멀어지니 하나 둘 복잡한 생각들이 떠올랐다.
현실에서의 답답한 마음과 이상에 대한 절망감 속에 쓸모 없는 물음인 존재의 가치에 대한 고민까지, 이루 말 할 수 없는 번잡함에 사로잡혀 산을 오르는 내가 바로 나인지, 지구라는 테두리에 묶인 운명되어진 하나의 생물일 뿐인지, 허황된 나래 속에 주변을 잊고, 자신을 잃고, 혼동이라는 말에 떠밀려 위로 위로 올라가게 되었다.
이제는 제법 경사가 심해진 곳에 이르자 몸은 더욱 무거워지고는 처음에 산을 바라보았을 때의 슬픈 감정과, 산의 입구에 도달하였을 때의 복잡함이 다시 떠오른다.
중턱을 넘어 이제 정상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어지러운 생각들을 멈추고자 잠시 멈추었다.
작은 바위에 기대어 숨을 고르니, 그저 혼자의 생각에 빠져 고운 땅만 바라보며 오르던 짧은 시야에서 벗어나, 무수히 많은 나무들과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하늘의 반짝임이 보이는 것이다.
그 순간 이렇게 멋진 자연을 두고, 지금까지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인지, 이렇게 멋진 세상을 두고, 왜 스스로의 감옥에 빠졌던 것인지 피식 웃음지을 수 밖에 없었다.
잠시의 휴식에서 가지고 있던 무거움, 답답함, 슬픔 한 순간에 버려두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조금 남아 있는 산을 올랐다.
맑은 공기를 폐 속에 깊숙이 간직하며, 소중한 풀잎들을 벗삼아 담아두었던 고뇌 하나 둘 산 속에 버려두고, 더 오를 곳이 없는 정상에 도달했다.
정상에서 처음 이 산을 바라본 곳을 바라 보았다. 참 멀리서 부터 걸어왔구나 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원함을 마시고, 다시 자유라는 녀석을 마주한다.
그렇게 산은 저의 모든 것을 받아 주었습니다. 힘들때 언제든지 함께 하자고 속삭이는 듯 하다.
잠시 쉬고 있는데, 친구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어디냐고 물어 보길래 산이라고 했더니 왜 갔냐고 물어본다.
참 알 수 없는 말을 많이 담고 있는 대답을 하였다.
"그냥". 그러자 친구는 모든 것을 마지막으로 정리 시켜준다.
"청승 떨지말고 빨리 내려와!".
그렇다.
나는 바로 청승을 떨고 있는 것이었다.
갈등도 자유도 고민도 감정도 모두 그냥 그런 것일 뿐이었다.
세상살이도 그렇게 매번 청승을 떨며 지내는 것이다.
그렇게 가벼운 고민과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제는 산을 내려오며 돌아갈 생각 뿐이다.
다시 제자리로 찾아 간다.
산은 그 자리에 서서 또 저를 기다리고 있겠지.
바로 지금 이렇게 다시 산의 정상에 있는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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