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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om-SOY ♣/하루의 흔적 Life

3년 만의 하루 일상

by 소이나는 2020.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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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보낸 시간 

 

블로그 자체를 오랜만에 접속해 보는 것 같다.

로그인을 하려 하니, 휴먼 계정입니다. ㅡ.ㅡ  라는 문구가 나온다.

정말 오래 안하긴 안 했구나... 그동안 좋은 일도 있었고, 잘 지내왔는데, 그냥 시간을 보내며 지내온 것도 같다.

 

전과는 많이 바뀌게 된 것 같다.

전에는 꾸준히 무언가를 찾아 고민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면, 지금은 머릿속에 미로 같던 복잡함을 벗어던지고, 그저 하루란 시간을 보내며 고속도로를 지나듯 단순히 살아가게 되었다.

특히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더욱 시간을 소비의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다.

매일 똑같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 7시에 출근하고, 늦은 9시가 돼서야 퇴근하고, 집에 오면 씻고 바로 잠들고... 간간히 사무실 후배가 알려준 스마트폰 게임을 하고 있고, 내일은 어떻게 시간을 잘 참으며 보내야 하나... 고민한다.

영화도... 책도... 여행도... 사진도... 약간은 무료하게 느껴지고, 그래도 열심히 돈은 벌며 살고 있다.

 

오늘도 마찬가지의 하루가 시작될 것 같았다.

자동적으로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암막 블라인드라 깜깜해서... 눈을 뜨고 몇 시인지 몰랐는데, 상당히 이른 시간이었다.

쉬는 날인데, 더자고 싶었는데... 왜 눈이 떠질까! 슬퍼하며, 졸리지도 않은데 억지로 눈을 감았다.

그런데 다시 눈을 떠보니 웬걸 11시가 다되었다. 와우~ 반나절이 갔네... ㅋㅋ

 

해가 중천에 떠서야 시작된 하루

늦잠도 자고 오늘 하루는 상당히 게으르게 지내고 싶었다.

천장만 바라보고 한참 누워있다가 12시가 돼서야 몸을 일으켰다.

쉬려면 힘내야지 하며 밥은 든든히 먹고 싶어서 고기를 꺼내 거하게 차려 먹었다.

 

집에서 혼밥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니 벌써 2시가 넘었다.

정말 원하던 대로 게으르게 보내고 있구나 하고 있는데,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게 매일 보내는 단순한 삶의 연장선 같이 느껴져 무거운 몸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

집 밖으로 나가서는 어딜 가야 하지?

 

누굴 만날까? 아니 혼자 있고 싶은데...

 

결국 혼자 산에 갔다.

정말 오랜만에 산에 갔다. 

운동도 작년 가을 이후로 하지 않아, 운동 자체도 오랜만이었다.

 

봄 푸름 가득했던 산

산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어찌 이렇게 부지런 히들 살고 계신지...

그동안 단순한 삶에 안주하며 살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산 정상에서

땀을 삐질삐질 흘렸지만, 쉬지 않고 열심히 1시간가량 가니, 산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탁 트인 전광을 보고 싶었는데, ^^;; 시야가 뿌옇다. 잘 안 보여...

미세먼지 나쁨은 아니었는데, 아쉽네... 산보다 차라리 우리 집 풍경이 나은 것 같았다...

 

거실에서

정상에서 잠시 머물다 바로 내려왔다.

산을 오를 때보다, 오히려 내려갈 때가 힘들었다.

너무 오래 운동을 안 했나 보다.

 

오르락내리락...

힘들다 쉽다가...

 

그렇게 사는 거구나...

 

내려가는 길

산을 내려와 보니 산 초입에 철쭉이 많이도 피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은 찾아왔다.

 

산 아래 철쭉

 

" - 봄은 떠나가고 다가온다 -


                                   -  자작시


민들레 활주로
홀로 걸어갈 때
불현듯
어깨의 무거움에 뒤돌아 본다.

고난의 짓누름이련가
한들한들
꽃 씨앗은 미풍 타고
날으련만


천근만근

세월의 무게는
족쇄 넝쿨 되어
발을 잡는다.


후우
불어 입바람에
가벼운 미련
속절없이 떠나가고

목적 이룬 속 빈 민들레
그만 놓으라며 손을 떠나는데
제자리걸음 속 민들레 영지
그대로인 줄 알으련만

어느덧 꽃피고 다시 날으려
내 손에 들려있다.
그래 불어 주마
나를 잡던 회귀의 모순이여.

와 30도

전 주만 해도 4월이란 게 무색할 정도로 추웠는데,

오늘은 초여름의 날씨이다. 

낮에는 25도까지 올라간다고 했는데, 땡볕에 있던 차 안은 30도까지 올라갔다.

예전에는 한여름에도 30도 정도였는데...

올해 여름도 각오해야겠지?

 

커피 한 잔

집에 돌아오는 길에 자주 가는 커피숍에 들려, 사무실에서도 마실 원두를 구입했다.

아침마다 핸드드립 거하게 마셔줘야 하루가 시작되는 기분이 들어, 매일 아침은 커피이다.

간 김에 산에서 뺀 기운을 차리려 에스프레소에 설탕 듬뿍 넣어 한 입에 털어 넣고 나왔다.

 

꽃 핀 제라늄

집에 오니 작은 화단에 있는 식물 녀석들도 산에 있는 녀석들처럼 튼튼해지라고 물을 주고...

음악을 들으며 저녁을 준비했다.

노래는 상당히 많이 듣는 편이다.

기분을 현실과 동떨어지게 만들어주는 매개체가 음악인 것 같아, 대부분의 잉여시간에는 음악을 듣는다.

장르도 가리지 않아, 올드팝에서 아이돌 음악까지 대중 없이 듣는다.

 

노영심 2집

오늘은 옛날 노래들이 당겨, 오랜 CD를 꺼내 듣기 시작했다.

집에 카세트테이프도 많아서, 카세트 플레이어도 샀는데, 카세트테이프를 돌려보니 다 늘어져서 제대로인게 하나도 없다. ㅠ.ㅠ

 

카세트 플레이어

결국에 구입한 카세트 플레이어는 블루투스 스피커로 쓰고 있다. 

요즘은 카세트 테이프도 블루투스 연결도 되고... 좋은 세상이다.

사진도 전부 스마트폰으로 찍어도 돼서 편리해졌다.

오늘 찍은 사진도 전부 갤럭시 땡땡으로 찍은 사진들이다.

 

사진기도 은근히 많이 있는데, 요즘은 거의 쓰질 않는다.

 

니콘 F-3
올림푸스 Om-D E-M Mark3
생명이 꺼져가고 있는 지랄디
귀여운 필름카메라
토이 토이 카메라
대박 삼성자동필름 카메라
폴라로이드와 엽서카메라
케논 니콘 DSLR

이렇게 사진기가 많은데, 써본지가 언제인지...

정말 나의 취미들은 이제 취미가 아닌 게 되어버렸나 보다.

처음에 말했듯 사진도 이제는 무료하다 ㅠ.ㅠ

 

산에서 스마트폰으로

가벼운 폰으로 소소하게 사진을 찍고 있는 실정이다.

 

저녁 먹고, 설거지하고 빨래하니...

해가 졌다.

 

누가 지래...

오늘은 좀 길었으면 했는데...

 

쉬라즈 와인

해는 졌고...

마트에서 사 온 가벼운 와인 한 잔 하며 하루를 마무리해야겠다.

시라 류를 좋아해서, 적당한 가격의 와인을 미리 사두길 잘했다.

오프너는 좋은 것도 있는데, 늘 와인에 붙어서 준 휴대용으로 딴다.

저게 손에 더 잘 잡힌다.

와인 오프너

늦게 일어나고 커피도 오늘 3잔이나 마셔서, 약간의 음주가 있어야 잠이 올 것 같다.

 

호주 Shiraz

한 잔 하면서 잔잔한 영화 한 편 보고, 자려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나, 반 정도보다 말았다.

 

나만의 공간에서 영화 보기

내일 출근하며 가져갈 것 챙기려 하는데, 책이 읽고 싶어 졌다.

내일은 폰 게임 같은 거 하지 말고 책이나 읽어야겠다.

전에 자주 읽었는데, 책 멀리한지도 오래됐어 ㅠ.ㅠ

 

책꽂이

다시 독서를 시작함에는 가볍게 산문으로 하면 좋을 것 같아, 나는 아직 읽지 않은

이기주 작가의 '한때 소중했던 것들'을 꺼냈다.

 

내일 함께할 친구

책을 가방에 넣고, 낮에 사 온 원두도 담았다.

 

에디오피아 코케 원두

오늘 산 신선한 원두이니, 내일 내리면 커피 빵 뽀송하게 올라올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와인 한 잔 더 따르고, 3년 만에 일상을 남기려 노트북을 열었다.

 

항상 해피버스데이

소소한 하루의 일상을 적어보니 재미있게도 밤 11시가 되어 간다.

오늘은 12시간만 깨어 있었다. (다른 때는 12시간 일하는데 ^^;;)

짧은 시간이었지만... 소중하고 감사했다.

잊고 살던 삶의 재미와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마치 예전에 오늘과 비슷한 하루가 있었던 것 같다.

한적한 향교에 들렸다 돌아오는 길에, 

작은 황구 한 마리와 나를 대면했던 그 날이 복선처럼 다가온다.

 

"- 추구의 차이 -

                            - 자작시

 

햇살 키스 피해

산 그늘 찾아가니

복잡한 숨 가품 속 어지러움

휘청 휘청

터벅터벅

의미 모를 붉은 발걸음으로 도달한

한적한 향교

그 속의 작은 황구 한 마리

꽃 피듯 너그러운 하품 한 번

꽃 지듯 무심한 회피 한 번

마치 붉어진 날 아는 듯

설마 붉어질 날 모르 듯

숨의 생명 아닌

빛의 생명 받아먹는

노란 수선화만을 바라본다.

느릿느릿

아등바등

붉은 하루 보낸 햇살 덩어리

저너머 세상으로 도망가고,

저녁놀 노란 옷을 갈아입는다.

 

인간은 붉은 햇살을 피해 본다.

황구는 노란 수선화를 바라본다.

 

작은 나의 발

 

내일은 오늘보다 홀가분하게 한걸음 내딛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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