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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점 Book ■

승무 - 조지훈

by 소이나는 2009.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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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무 -

얇은 사[沙]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沙]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에 황촉불이 말 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패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을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 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조지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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