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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고 어두은 밤이 오면은
어스레한 燈(등)불에 밤이 오면은
외로움에 아픔에 다만 혼자서
하염없는 눈물에 저는 웁니다.
제 한몸도 예전엔 눈물 모르고
조그마한 세상을 보냈습니다.
그때는 지낸 날의 옛이야기도
아무 설움 모르고 외웠습니다.
그런데 우리님이 가신 뒤에는
아주 저를 바리고 가신 뒤에는
前(전)날에 제게 있던 모든 것들이
가지가지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 한때에 외워 두었던
옛이야기뿐만은 남았습니다.
나날이 짙어가는 옛이야기는
부질없이 제 몸을 울렸습니다.
- 김소월 -
(1902~1934)
평북 정주 출생, 본명은 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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