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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분업

by 소이나는 2009.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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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은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고 약을 처방하고 약사가 그에 따라 약을 조제하고 투약"하자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매우 간단하고 쉬운 일인 것처럼 보인다. 의사와 약사가 각자 제 일을 하자는 것이 의약분업이라면 이토록 쉬운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의약분업의 역사를 보면 이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 잘 드러난다.


 약사법에 의약분업시행이 이야기 된 것은 지금부터 35년 전인 1963년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30년 동안 의약분업은 1966년 구성된 '의약분업추진위원회'가 유야무야된 것을 시발로 하여 80년대의 수차례에 걸친 약국폐문시위, 의사들의 면허반납행위 등의 관련 전문직의 반대 속에서 시행되지 못하였고, 의약분업은 완전의약분업의 방향으로 진전되기보다는 도리어 약국의료보험 도입에서 보이듯이 매우 왜

곡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문제는 의약분업이 시행되면 좋고 시행되지 않으면 그만인 그러한 제도가 아니라는 데에 있다. 의약분업이 실시되지 않으면 의약품의 오남용을 막을 수 없고 무자격자가 약을 처방하거나 조제하게 되어 국민건강에 큰 해악을 끼치게 된다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문제의 중요성이 있다. 의약분업이 전체 의료비용 중 차지하는 약제비의 비용이 의약분업이 시행되는 나라에 비해 3배가 넘는 것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이 의약분업 없이는 의약품의 오남용을 막을 수 없고, 이러한 오남용이 국민건강에 끼치는 폐해는 막대하다.


 결국 의약분업이란 제도자체의 취지는 우리 삶을 개선시키는데 큰 도움을 줄것이라는 사실에는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면 일단 의약분업으로 인해 개선되는 효과에 대해서 알아보자.


 의약분업으로 개선되는 효과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보다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의약분업이 지금까지 실시되지 않았던 우리나라 에서는 의사도 약물의 여러 속성에 대해 신경을 써야했고, 약사도 임상진단에 주의력을 기울여야만 하는 불필요하고도 소모적인 의료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러한 비효율적인 의료형태를 의약분업을 통하여 ‘의사는 진단과 진료에, 약사는 조제와 투약’에 매진하게 함으로써, 각자의 영역에 대한 연구와 학문적 관심을 집중하여 각자의 전문 능력을 강화시킴으로 인해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 시킨다.


둘째, 의약품 오남용을 줄인다.

 의약분업을 하면 환자가 약국에서 전문 의약품을 마음대로 구입할 수 없게 되고, 반드시 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약사의 조제․투약을 받아야 함으로 약물의 오 남용을 방지 할 수 있다.

  의약분업이 철저하게 이루어지는 미국의 경우도 전체 처방 중에서 5%가량은 잘못된 처방이라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이중 20%는 환자에게 부작용을 일으켜 매 년 1,000억$ 이상의 직․간접 비용을 지출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의약분업의 경제성 평가 . 양봉민 .‘98)

 
의약분업이 안 된 우리 나라는 이러한 처방 오류 뿐만 아니라 의약품의 오남용이  심한데 특히 항생제(페니실린)의 내성률은 의약분업을 실시하고있는 국가보다 6~7배 이상 높고, 그 사용량도 의요보험 환자의 58.9%가 항생제 처방을 받고 있어 WHO 권장치 22.7%보다 상당히 높으며 사용적합률도 67.4%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주사제 오남용도 심각하다.  주사제는 이물질 삽입, 신체 손상 등의 문제가 있으므로 의식불명 등으로 입으로 약을 복용할 수 없는 사람만 복용하는 것이 의학적 원칙이지만, 현재 우리 나라의 주사제 처방빈도는 WHO에서 17.2%로 권장하고 있는 것보다 3배이상이나 높은 56.6%이다.



셋째, 약제비가 절감된다.

 지금은 의사나 약사가 약을 통해서 직접적인 이익을 취하고 있다. 이는 의사나 약사가 이윤이 많이 남는 약을 처방하게 유도하여, 결국 국민이 지나치게 많은 약제비를 부담하게 만든다. 의약분업의 시행으로 유통관리 시스템에 대한 정비와 감시가 제대로 이루어 진다면 약값은 투명하게 되고 병․의원 및 약국에서 환자에게 투여한 약값은 실제 구입한 약값으로 지불 받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약물로 인한 경제적 이윤이 의사나 약사로부터 제거되기 때문에 불필요한 약의 과다투여 등으로 인한  부당이윤을 제거할 수 있게된다. 결국 국민의 의약품 부담이 줄어드는 셈이다.


 그렇다면 의약분업의 문제점은 없을까?

의약분업이란 제도 자체는 큰 문제가 없지만 현재 우리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의약분업에는 몇가지 문제점이 있다. 이는 의약분업을 실시하는 정부의 미숙함에 상당부분 기인한다 할 수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의약분업후에 나타난 건강보험 재정의 파탄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의약분업으로 인해 재정 파탄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 정부의 잘못된 행정으로 인해 일어난 파탄이라 할 수 있다.

의약분업 시행을 위해 1999년 5월에 의료계, 약계, 시민단체가 대타협을 할 때 중요한 원칙 하나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의약분업 시행으로 인해서 의료계, 약계, 국민 모두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아서는 안된다는 점이었다. 이런 원칙에 따라 1999년 11월 15일 9,000억 원의 약가 마진을 인하하면서 이중 80%인 7,100억 원을 수가인상으로 의료계에 보전해주기로 하였고 이는 곧바로 시행되었다. 그리고 2000년 4월 약가마진이 실제보다 더 많이 이루어졌다는 보고에 따라 추가적인 수가인상이 단행되었다. 따라서 정부가 의료계, 약계, 시민단체가 합의한 대로 수가를 조정하였다면 보험재정은 증가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당초 의약분업은 보험 재정이 증가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었다는 말이다.


의약분업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재정지출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정부 발표에 의하면 고가약의 처방 등으로 인해 9,000억 원이 추가로 지출되었다고 했는데, 이는 당초 의료계, 약계, 시민단체가 합의한 대로 대체조제를 허용했다면 비용지출을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정부가 의료계의 요구에 밀려 당초 약속을 번복하여 대체조제를 엄격하게 규제함으로써 고가약의 처방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또한 정부가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0년 7월 원외처방료와 조제료를 산정하면서 이를 과다하게 높게 산정했을 뿐만 아니라 근거가 부족한 주사제의 처방료와 조제료를 신설해 줌으로써 주사제의 오남용을 막는다는 의약분업 원칙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게 된 것이다.

 현재의 제도 하에서는 진찰료와 처방료를 별도로 산정해 줌으로써 의사와 약사들이 처방전 발행에 대한 경제적 인센티브를 갖게 되었고, 그 결과 처방료와 조제료로 인한 재정 악화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 사실인데 처방료의 부당 청구 문제는 재정낭비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의약분업의 약품 오남용 방지 효과를 반감시키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또 하나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의약분업에 대한 정부의 홍보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제도를 실행함에 있어서 성공의 여부는 제도를 실행하는 사람의 의지보다는 제도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태도에 달려있다. 국민들 대부분이 의약분업이 필요한 제도라고 인식은 하고 있으나 핵심적인 내용을 아는 사람은 소수이다. 자신이 모르는 것에 두려움과 거부감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의료개혁 시민연합’의 리서치에 따르면

의약분업 제도 자체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한 조사에서는 43.7%인 794명이 필요한 제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직능간의 갈등과 제도자체로부터 오는 불편등을 감안하고서도 소비자들이 의약분업으로 인한 이익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불필요하거나 전혀 필요없는 제도라고 응답한 경우는 30.4%인 553명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의약분업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접해본 경험이 있거나 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경우 의약분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통계적으로도 유의하였다.

 스스로 평가하여 의약분업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에서는 들어본적이 없다는 응답이 37명(2.0%)였으며 84.3%에서 의약분업을 시행한다는 사실과 약을 의료기관에서 타지 않고 약국으로 가서 타야한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의료기관이나 약국 이용에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로 잘알고 있다고 응답한 경우는 249명으로 13.7%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세 사람이 모이면 그리스 인들은 철학을 얘기하고 유대인들은 종교를 얘기하며 로마인들은 제도에 관해 논한다.’ 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제도와 법률에 관해 관심이 많았고 또 실제로도 법률울 만들고 제도 정비하기를 좋아했던 로마인들은 이렇게 말했다.


 “무조건 좋고 부조건 나쁜 제도라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제도이든지 좋은점과 나쁜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전보다 나아지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시키는 것이다. 결국 이는 제도를 받아들이는 당사자의 역량에 달려있다.”


 의약분업이 제대로만 시행된다면 그것이 우리의 삶을 플러스시킬 요인이 될것이라는 의견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도 의약분업이라는 제도 자체의 문제점이라기 보다는 이를 시행함에 있어서 기존 제도와의 마찰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점이라고 할 수있다. 결국 구제도가 신제도로 넘어가는데 있어서 나타나는 과도기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의약분업을 받아들이는 성숙한 시민으로서의 마음가짐이다.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남을 버리는 것은 당장의 이익밖에 보지 못하는 짧은 생각이다. 자신의 이익이 결국 사회의 이익속에 속해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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