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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수 -
넓은 벌 동쪽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 시는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 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지고 이삭 줏던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별 알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꿈엔들 잊힐리야
- 정지용 -
1903년 충북 옥천 생,
경향신문 편집국장
휘문고보 교원
이화여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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