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면 천장이 보인다. 눈을 감으면 천장이 안 보인다.
다시 눈을 뜨면 벽이 보인다. 소리가 들린다. 세 번째 울리는 알람소리.
일어나라는 소리이다. 창밖은 아직 어두운데 휴대폰에서 울리는 아침의 기계소리는 여지없이
고요한 뇌를 치고 들어온다. 저것은 전기를 먹고 살아서인지 늘 우렁차다.
숨을 쉬어본다. 매번 쉬는 것이지만 더 크게 더 깊게 온 몸에 저 산소들은 전달되고 있는 걸까?
하는 위구심과 함께 무거운 등을 따뜻한 온기와 벌려 보려한다.
날씨는 춥다 몸도 밤새 많이 차가워졌다. 이러고 나가면 오싹하겠지? 그렇게 또 하루는
뜨거운 물과 함께 지난 하루의 묵은 과거를 씻겨 보내며 시작한다.
겨울이 싫다. 하루가 너무 짧은 겨울이 싫다. 여름에는 해가 사람보다 먼저 반도를 비추는데
겨울엔 침침한 하늘이 먼저와 얼굴에 키스한다. 기분 나쁜 표정으로 그렇게 한대치고 나서는
오늘을 버텨 보게나 하며, 천천히 사라져간다.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잠깐의 방심으로도
어느새 깊은 평온에 파동을 만들어 버린다. 처음에는 작고 귀엽게 동그라미 하나...
어느 정도 마음에 활력을 주는 작은 동그란 물결 속에 한번 웃어보고 온 몸을 감싼
어둔 망토 던져 버린다. 그럼 무거웠던 세포들 모두 고맙다며 주인인 영혼에 아침 인사를 한다.
하지만 언제고 다시 찾아온다, 조금만 방심하면 더 강력한 무기를 들고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거친 소리로, 탁한 압력으로, 무수한 글자들로, 미세한 진동으로 모습을 바꿔가며
그렇게 호시탐탐 기회를 노려본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그 만의 무기는 사람이 아닌가 한다.
희망을 주었다가도, 좌절을 주고, 기쁨을 주었다가도, 슬픔을 주고, 없으면 안 되지만,
있을 때 자극을 주는 도저히 정체를 알 수 없는 고성능 무기이다. 도저히 막아낼 길이 없는 것이다.
왜냐? 사람이니까... 나쁜 놈 이였다. 착한 사람 이였다. 즐거웠다. 우울하다. 힘들다.
기쁘다. 설레 인다. 꿈꾼다. 신경 쓰인다. 평온하다.
수많은 말들이 생겨났다. 저 강력 무기는 창조력도 뛰어나다. 어떻게 막아 낼까..
대지도, 하늘도, 공기도 알겠다. 하지만 늘 그 강력한 사람은 모르겠다. 나를 모르겠다.
작고 예쁜 동그라미는 어느덧 작고 크고 많은 요동치는 동그라미가 되어버렸다.
다시 태양은 사라지고 가로등 몇 개 만이 남아 앞을 보여주고 있다. 가로등 위에 던져 놓은
망토들은 계속 쌓여가고 있다. 몽롱한 시선이 가로등 불빛에 혼란되어 하루의 긴 열정을
식혀버리면 무거운 망토들이 떨고 있는 내게 다가와 거짓 미소 속에 포근함을 준다.
난자해진 추억 속에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쉬며 무거워진 머리를 잠시 바닥에 내려놓는다.
눈을 뜨니 천장이 보인다. 천장은 보기가 싫다. 그래서 다시 눈을 감아 나를 본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그저 복잡한 스스로의 강력한 무기가 되고자 '다짐'이란 말,
지져 분한 동그라미 지워놓고 천천히 써본다.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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