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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om-SOY ♣/포토에세이 Photo Essay

빛을 담은 百日紅 - soy

by 소이나는 2017.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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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담은 백일홍


배롱나무, 진주성에서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산의 중턱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조경을 멋지게 해놓아서 정원이 아름다웠다.

교문에서 교실까지 오르는 길은 벚꽃나무가 빼곡히 심어져 있어 봄에는 벚꽃축제를 열기도 한다.

벚꽃이 지고 여름이 오면 정원 가운데에 있는 두개의 배롱나무가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모든 교실에서 보이는 배롱나무는 3학년 학생들에게는 수능을 알리는 알람 같은 꽃이었다.

배롱나무는 백일홍이라고 하는데 정말 거의 100일 정도 동안 꽃을 피운다.

그것도 재미있게 수능을 보는 11월이 되어 꽃이 지기에 학생들은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꽃닢을 볼때에 가슴을 졸이기도 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어른이 되어서도 아름답기만한 배롱나무를 보고 있자면, 화려한 색에 취하기 보다 '꽃닢이 떨어지면 안되는데...'라는 걱정이 앞서게 된다.

배롱나무의 꽃닢은 떨어지고, 또 다시 피어날 것이지만, 그의 생명이 왠지 모르게 단지 100일만 주어진 것 같이 느껴져 가슴을 시리게 한다.

어쩜 제한된 시간에 살고 있어 죽음을 두려워하는 내 자신에 대한 슬픔일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나는 배롱나무처럼 화려한 인생의 색을 가진 후에 짧게 떨어져 버리고 싶다.

 



- 귀 천 -

                   -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그 붉은 꽃은 태양의 빛을 담아

                                                                                                        열정에 입 맞추는 입술이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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