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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점 Book ■

쉽게 씌어진 시 - 윤동주

by 소이나는 2009.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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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쉽게 씌어진 시 -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진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 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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