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윤리와 청백리 사상
도서관에 들려 법학관련 책들을 보고 있으니 일반인 들에게 소개하는 법률 상식의 책들과 기본적인 법학 서적만이 있고 따로 전문서적은 없었다. 근처를 둘러보다 그저 호기심에 '공직윤리와 청백리 사상'이란 책을 한 권 빌려와 카페에 앉아 읽어보니 300쪽이 되는 책인데 생각보다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들며 한국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해결할 개선 방안을 소개해 주는 내용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기대만큼의 해결책을 주장하고 있지는 않다. 대부분의 내용이 일반인 들이 예상할 수 있는 선에서 개선방안을 말하고 있으며, 신문을 자주 읽는 사람들에게는 자주 접하는 정보이다. 그래서인지 책의 요점만을 살펴보는 습관이 있는 나는 이 책을 커피의 맛을 느끼며 한 잔이 사라지는 것 보다 빠른 시간에 넘겨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부정부패의 척결 같은 것은 제도적인 보안도 필요한 것이 분명 사실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공직자 자신의 윤리관, 가치관, 양심이다. 그러하기에 공직 윤리에 대한 해결책은 인간의 도덕을 바라는 추상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에서는 공직윤리의 개본 개념과 부패의 실태로 인한 사회의 문제점 등을 소개하고 유교, 윤리, 도덕과 전통적인 규범과 옛 사람들의 대표적인 청백리 인물을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퇴계의 '성학십도'에서 표현한 수양의 자세, '맹자'의 '자기 자신을 스스로 삼가하는 자세', '중용'의 '두려워하는 마음가짐으로 경계하고 삼가는 태도' 등의 문구를 소개한다. 서구의 인물로는 공직자의 책임있는 행위를 위한 외적·내적 통제의 이중적 기준을 제시한 프리드리히, 가우스, 마르크스의 예를 들고 있다. 1~5장까지의 내용은 공직윤리에 대한 전반의 이야기와 실태, 분석이 주를 이루기에 정신적인 도움은 될 수 있지만, 지식적인 면에서는 얻을 내용이 별로 없다. 알찬 내용이 나오는 것은 6장과 7장이다. 6장은 '부패문화개선과 공직윤리 제고방안'이라는 제목으로 개선 방안을 설명하고, 7장에서는 '한국 시민사회의 반부패 제고 방안'이라는 제목으로 시민단체의 역할을 역설한다.
6장과 7장의 중요 해결책을 살펴본다면 다음과 같다.
1. 민간 운동 기구의 운동 전개에 필요한 정보나 자원제공과 국민의 자율적 신고 기회를 넓혀야 한다.
2. 공무원의 보수를 민간 수준에 의거 결정할 규제 개혁청의 신설이 필요하다.
3. 화이트 칼러 범죄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 있어야 한다.
4. 공무원의 행동 방향과 원칙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여 공무원에게 공무원행동강령을 정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교육이 필요하다.
5. 윤리개념 계량적 측정을 위해 윤리측정지수(EPI) 지표 개발 및 시행이 필요하다.
6. 주민의 직접 감시에 난점이 있기에 시민단체에 그 역할을 맡겨 주민감사청구제가 사실상 제도가 아닌 실질적 제도가 되어야 한다.
7. 행정정보 공개권, 감사 청구권이 있다는 것을 시민이 알 수 있도록 교육을 해야 한다.
위와 같은 해결책은 분명 공직 비리를 풀 수 있는 한 방편이 될 것이지만, 역시나 비리의 문제는 한 인간의 양심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시대가 흐르며 공직 비리에 대한 제도는 계속 생겨나고 점차 강력한 제재를 가하며, 여러 감시, 감찰 제도가 생겨나지만,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뉴스에서 나오는 공직비리의 내용은 가슴을 씁쓸하게 한다. 며칠 전에 OECD국가 중 한국의 부패정도가 4점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다른 국가의 평균 점수가 7점이라고 한다. 부탄 같은 나라보다도 못한 실정이다. 그리고 국가 경쟁력이 22위인 반면 91개국 중 뇌물 지수는 51위 횡령지수는 56위를 하고 있다니 한국인의 윤리적 문제를 다시금 생각해 볼만 하다.
지금 가장 궁금한 점은 '나 같은 사람이 아닌 대한민국의 공직자들은 과연 이런 종류의 책을 한번이라도 읽어보았을까?'라는 의구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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