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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Etranger - Alvert Camus, 이인 - 알베르 카뮈 (문학동네/ 이기언 옮김)

by 소이나는 2016.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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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Etranger - Alvert Camus

이인 - 알베르 카뮈

문학동네 · 이기언 옮김







#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인지도 모른다. 양로원에서 전보가 왔다. "모친 사망. 명일 장례. 삼가 조의." 이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아마도 어제였을것이다.


# 진짜 병은 늙은 것이었고, 늙은 건 치유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 태양은 여전히 붉게 파열하고 있었다. 


모래 위에선 바다가 작은 파도로 부서지며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난 바위들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고, 태양 아래에서 이마가 부풀어 오르는 걸 느꼈다. 태양의 열기가 온통 나를 짓누르며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걸 막고 있었다. 뜨거운 태양의 거대한 숨결이 얼굴에서 느껴질 때마다, 난 바지 주머니 속의 두 주먹을 불끈 쥐었고, 태양을 이기고자, 그리고 태양이 내게 쏟아붓는 아른한 취기를 물리치고자, 전신이 팽팽하게 긴장했다. 모래나 유리 조각이나 새하얘진 조개껍질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의 칼날이 나를 찔러낼 때마다, 난 이를 악물었다. 난 오랫동안 걸었다. 


# 난 기다렸다.


태양의 불길이 내 두뺨을 엄습했고, 난 땀방울들이 눈썹 위에 고이는 게 느껴졌다. 엄마의 장례를 치르던 날과 똑같은 태양이었고, 그때처럼 특히나 이마가 아팠고, 이마의 모든 혈관들이 살갗 아래에서 한꺼번에 요동치고 있었다. 더 이상 도저히 견뎌낼 수 없는 태양의 불길 때문에, 난 앞쪽으로 움직였다. 나는 그게 바보 같은 짓이라는 걸, 한 발짝을 움직인다고 해서 태양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난 한 발짝, 단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갔다. 


# 바로 그때, 모든게 흔들렸다. 


바다가 깊고 뜨거운 숨을 토해냈다. 하늘 전체가 온통 열려서 불비를 퍼붓는 것 같았다. 전신이 팽팽하게 긴장했고, 난 권총을 꽉 쥐었다. 노리쇠가 당겨졌고, 난 손잡이의 매끈한 볼록 부분을 어루만졌다. 바로 그때, 귀를 찢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모든게 시작되었다. 나는 땀과 태양을 흔들었다. 나는 낮의 균형과 내가 행보해하던 해변의 이례적인 침묵을 깨트렸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움직이지 않는 몸에다 네 발을 더 쏘았고, 총알들은 그럴 것 같지 않은데 깊이 박혀버렸다. 그건 불행의 무을 두드리는 네 번의 짤막한 노크 소리와도 같았다.




# 변호사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고, 약간은 날 원망하기도 했다. 


나는 내가 남들과 같은 사람이라고, 절대적으로 같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런게 다 별로 쓸데없는 짓이었고, 난 게을러서 그만두고 말았다. 


# 이 모든 사람들이 나를 얼마나 미워하고 있는지 느껴졌기 때문에,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난 바보같이 울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 그 때 온 법정을 술렁이게 하는 뭔가 느껴졌고, 처음으로 난 내가 죄인이라는 걸 깨달았다. 


# 비록 피고석에 앉아 있다 해도, 자기에 대해 말하는 걸 듣는 것은 언제나 재미있는 법이다. (...) 그런데 막연하게나마 한 가지 때문에 내 심기가 불편했다. (...) 어떻게 보면, 나를 쏙 빼놓고 내 사건을 다루고 있는 모양새였다. 모든 게 내가 개입할 여지도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내 운명이 내 의견을 반영하지도 않은 채 결정되고 있었다.


#  그때, 왜 그런진 모르지만, 내 안에서 뭔가 폭발했다. 


나는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욕설을 퍼부으며, 기도하지 말라고 했다. 난 사제복의 깃을 움켜쥐었다. 나는 기쁨과 분노를 한꺼번에 터뜨리며 내 가슴속의 모든 것을 신부에게 쏟아부었다. (...) 하지만 난 나에대한 확신이 있었고, 모든 것에 대한 획신이 있었고, 그보다는 훨씬 더 확신이 있었고, 내 삶과 다가올 내 죽음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그렇다. 내겐 오로지 그것밖에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진리가 나를 사로잡는 만큼이나 나는 이 진리를 깨닫고 있었다. 내가 옳았었고, 여전히 옳았고, 난 늘 옳았다. 난 그렇게 살아왔고, 난 다르게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1부 첫 문장부터 뭐 이런사람이 다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덤덤하게 엄마의 장례를 치르고는 뜨거운 태양아래의 해수욕을 즐기고 애인과 사랑을 나누고, 그러던중에 '태양때문에'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뫼르소. 있는 그대로 말하고 자신의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이 남자의 말들과 행동에 처음에는 무척이나 의아했고 낯설었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살인을 저지른 뫼르소를 법정에 세우고 재판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살인행위보다는 엄마의 장례에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았다는 뫼르소의 행동을 두고 범죄가 아닌, 뫼르소라는 인간 자체를 해석하고 심판한다.


아랍인을 죽인 뫼르소가 죄책감도 없고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태도에 분노를 느끼는 검사도 이해가 안되는건 아니지만, 살인죄 자체가 아닌 뫼르소의 그전 행동과 말들을 두고 이 사람의 내면을 억지로 끄집어내어 평가해버리고 마치 잠재적 범죄자인냥 몰아가는 검사와 재판장, 배심원들이 오히려 더 씁쓸함을 안겼다.


또한 뫼르소는 자신을 위해 기도해주는 사제를 향해 미친듯이 고함을 지르며 폭발해버리면서 내면을 표출하고 신부에게 모든것을 쏟아붓게되는데 이때 자신에게 다가올 죽음에 대해서 받아들이면서 엄마의 죽음에 대해 눈물을 흘리지 않은 이유를 깨닳으며 엄마의 죽음에 슬퍼할 권리는 아무도 없고, 자신또한 모든 걸 다시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느낀다. 처음으로 세계의 다정한 무관심에 마음의 문을 열면서 새로운 '나'로 재탄생하게 되는 순간이 오게되는데.... 이 순간을 두고 옮긴이는 제목을 "이인"으로 지었을수도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또다른 나" 라는 의미로, 


마지막 구절에 "내가 처형되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몰려와서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이해주기를" 이라는 말을 던지는 뫼르소를 이해하기란... 끝까지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결말 역시도 보통사람(?)의 범주에 있는 인물은 아니었다. 이해할듯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게 뫼르소의 말과 행동들이었고, 자유분방한 그의 모습이 무언가 공감이 가면서도 또한 그가 저지른 살인이 정당화될수는 없다는게 사실이기도하다. 


이런 뫼르소가 주변인들의 눈에 비춰지기에는  '이방인' , '이인'이 될수밖에 없지만 이런 낯선 인물의 등장이 오히려 이 책 놓을수 없게끔 만드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이책은 옮긴이의 말처럼 쉽게 읽을 수는 있지만, 쉽게 이해할 수있는 작품은 아니다. 다시한번 읽어봐야할것만 같지만. 그렇다고해서 또다시 뫼르소를 이해하는일은 힘이 들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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