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소중했던 것들
이기주
# 세월 앞에서 우린 속절없고, 삶은 그 누구에게도 관대하지 않다. 다만 내 아픔을 들여다봐주는 사람이 있다면 우린 꽤 짙고 어두운 슬픔을 견딜 수 있다.
"모두가 널 외면해도 나는무조건 네 편이 되어줄게"하면서 내 마음의 울타리가 되어주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p30
# 사랑은 본디 서로를 알아보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 속에서 눈에 띄는 특정한 상대를 육안으로 분간해 서로의 물리적 거리를 좁히고,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심안을 크게 뜨고, 서로의 내면을 살펴가며 심리적 거리를 좁힐 때 사랑은 움트기 시작한다.
p32
# 대부분 사람은 기운으로 사는 게 아니라 기분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린 의기소침한 누군가에게 '기운좀 내' 라고 말하지만, 정작 삶을 이끄는 것은 기운이 아니라 기분이 아닐까 싶어요.
p110
# 성석제 작가는 소설집 '믜리도 괴리도 업시'에서 "인간은 사랑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사랑의 산물이고 사랑을 연료로 작동하는 사랑의 기계이다."라고 했다. 이 표현을 빌리자면 이런 얘기도 가능하지 않을 까 싶다.
"인간은 기분이 나쁘면 기운을 낼 수 없는, 기분의 산물이고 기분을 연료로 하는 기분의 기계이다."
p111
#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일은
한때 내게 속해 있던 것이
아득한 곳으로 떨어져나가는 일과 같다.
마음의 일부가 찢어지는데 아프지 않을 수 있겠는가.
누군가 내게 이별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호칭이 소멸되는 일인 것 같아요."하고 답하겠다. 서로의 입술에서 서로의 이름이 지워지는 순간, 우린 누군가와 헤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덧없이, 속절없이, 어찌할 수 없이.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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