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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이유
- 밥장 -
두뇌는 예민해서 오래 긴장하지 못합니다. 풀어줘야 바짝 죌 수도 있습니다. 느슨하게 내버려두면 오히려 생각지도 못한 들판에서 아이디어를 뜯어먹기도 합니다. 뇌라는 녀석한테는 '아무 생각 없음'이 가장 큰 영양제가 되기도 합니다. 생각을 버리고 길을 나서니 빛과 색은 다시 낯설고 새로웠습니다.
여행이란 창을 뛰어넘어 세상을 만지는 일입니다. 창이 있어 여기와 저기가 구분된 세상에서는 저 너머로 떠나는 여행을 꿈꾸게 됩니다. 창을 뛰어넘으면 나를 둘러싼 벽도 사라집니다. 그런데 경계가 보이지 않을 만큼 멀리 가면 아무래도 겁이 납니다. 슬그머니 카메라를 꺼내 파인더로 보면 여기와 저기를 구분짓는 창이 다시 생깁니다. 카메라는 라틴어인 '카레라 오브스쿠라'에서 따왔으며 '어두운 방' 이라는 뜻입니다. 어두운 방에 숨어서 바늘구멍으로 세상을 보면 조금 안심이 됩니다. 그래서 낯설고 먼 곳에 갈수록 숨을 수 있는 '방'인 카메라를 챙기나 봅니다.
어디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음에는 그저 조용히 앉아 있어보려고 합니다.
당신은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가요? 아니면 더 멀리 가기 위해 떠나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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