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던 날의 산책
雨散策
in the rain
by SOY
비를 따라 길을 따라
에너지를 소모하려 나선 밖의 세상
우산 하나, 손에 꼭 맞는 똑딱이 카메라 하나.
더 이상 필요한 것이 있다면 이어폰으로 나오는 비와 어울리지 않는 시끄러운 音樂(음악) 하나.
푸른 生命(생명) 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飮食(음식) 을 먹으며 하늘을 향해 가기만 하는데,
나의 다리는 땅으로 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무거운 발을 들어도 쉽게 쉽게, 자꾸 자꾸 땅으로 내려간다.
처마 밑에 숨어 성난 비가 그치길 기다리는 시간은 그리 지루하지는 않다.
비를 피하기 위해 서있는 집의 벽에는 마치 누군가의 마음의 한 공간을 빼앗아 버리듯,
벽돌 하나만 덩그라니 사라져 구멍난 가슴을 보여주는 것 같다.
지금 하늘도 가슴에 구멍이 뚫려 이렇게도 슬픈 빗방울을 하염없이 내리게 하는 것일까...
虛脫(허탈)한 마음에 땅을 바라보니...
더 많은 구멍이 하나의 구멍은 별것 아닌 상처라며 아픈 빗물을 담아간다.
그것이 내게는 더 큰 멍이 된다는 것을 모른체...
길을 버리고, 빗물이 흘려가는 곳을 따라 가니, 작은 연못이 나온다.
슬픔이 모인 곳에 피어난 연꽃은 어리석은 나의 마음을 昇華(승화) 시키려하는 것인지 昇花(승화) 시키려는 것인지
俗世(속세)의 아픔에 물들지 않고 더없이 華麗(화려)한 모습으로 極樂(극락)을 보여준다.
세상의 모든 것에는 생명이 있고 죽음이 있고, 빛이 있고 어둠이 있고, 陽(양)이 있고陰(음)이 있고,
자신이 만들어 놓은 天國(천국)과 地獄(지옥)도 있는 것을,
슬픔에만 익숙해져 행복을 잊는다면 이 또한 얼마나 偏狹(편협)한 理性(이성)이련지...
더구나 죽은 나무들은 땔감으로, 목재로, 거름으로 어느 하나 쓸모 없는 것이 없는데,
내가 가진 나약한 마음은 썩어가는 나무만도 못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
그래 오늘도 알겠다.
세상의 未洽(미흡)한 存在(존재)는 스스로 만들어 버린 나란 것을..
스스로가 스스로를 밟고 成長(성장)하여 거친 바람과 슬픈 빗 속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면,
적어도 人間(인간)이 막아놓은 自然(자연)의 길을 生命(생명)따라 자라는 植物(식물)에게 부끄럽지 않으리...
비를 따라 길을 따라
모든 肉體(육체)의 에너지 던져버리고
현실 속에 남아 있는 우산 하나, 손에 놓지 않은 똑딱이 카메라 하나, 아직도 흐르고 있는 음악 하나.
비는 그치고
나의 몸은 제자리에...
나의 정신은 하늘 위에...
비를 따라 길을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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