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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주말 오후 1시 10분
붉은 빛은 푸른 빛으로 변해가고...
무더운 여름의 낮이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잔득 포진하여 비가 내릴 것 같이 폼만 잡아, 습도만을 올려놓고 정작 비가 내리지는 않는다.
태양은 용케 구름사이를 비집고 나와 후덥지근한 날씨를 완성한다.
모든 것이 여름이다.
태양빛의 키스로 곱던 피부는 검게 색을 변하고 뭐가 좋은지 푸른 생명들은 하늘 향해 자라나기만 한다.
단지 가만히 있기에도 벅찬 하루가 될 것 같다. 작은 방구석은 뜨거운 열기로 이미 덥혀 있건만
컴퓨터, 모니터, 오디오, 충전기 등 사람이 만들어낸 발열 기구 덕분에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몽롱한 정신을 잡고 싶어, 집이 떠나갈 듯 크게 볼륨을 높이고 음악을 듣는다.
타온 커피믹스에 넣은 얼음은 나의 무관심에 녹아버려 싱거운 커피가 되어 버렸다.
다급하게 커피를 마셔버리고 바닥에 누워 눈을 감았다.
기분 좋은 음악소리만이 들려오고, 공기의 진동이 몸을 스쳐지나가 허공으로 흩어진다.
좋다.
아니 이렇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 고맙다.
더위로 멍해진 정신 덕분에 기분을 더욱 몽롱한 상태로 이끌 수가 있다.
나는 혼자 있을 때, 삶의 만족을 느낄 수 있다.
세상에서 바라보는 시선을 잠시 잊을 수 있어 행복하다.
행복하다.
행복할 것이다.
그리고 단지 희망 속에 여름은 떠나갔다.
我希望了. 了. 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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