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 마종기 시집 (문학과지성사 2006)
인생은 단 한번...
아이가 젊은이가 되고 어른이 되고 노인이 되어가며, 느끼는 인생에 대한 회상은 진솔하지만 단순한 과거의 찰나일뿐 일지도 모른다.
1939년에 태어나 희수를 넘긴 인생 시인 마종기의 열한 번째 시집 "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는 오랜 세월을 담은 고풍을 풍기고 있다.
그의 삶을 고스란히 녹여 놓은 것 같은 종이 안에는 시간과 주변을 심도 있게 바라본 그대로 표현한 담백한 시들이 있다.
아직도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그 새가 언제부턴가 오지 않는다.
아무리 이름 불러도 보이지 않는다.
한적하고 가문 밤에는 잠꼬대 되어
같은 가지에서 자기 새를 찾는 새.
방 안 가득 무거운 편견이 가라앉고 ~
이름가지는 감추고 모두 혼자가 되었다.
우리는 아직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 이름 부르기 中
세상의 이름을 가지고 태어나 불리운다. 그게 사람이다. 주변의 자연은 변치 않고, 인생의 문에 달린 명패 하나 달라지는 것도 없다. 죽음의 문턱까지 쉽지 않은 인생을 살았다. 개성을 가지고 꿈을 꾸고 실패하고 좌절하고 일어나며 버텼지만, 세상은 그저 평온하다. 이름은 변한 것이 없다. 누군가가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준다면 삶은 그리 외롭지만은 않았으리라...
이 진한 향기의 꽃은 어디에 피어 있기에
어지러웠던 내 평생이 기다림에 지쳐
이름 모를 나무 되어 옷을 벗는가.
유혹이여, 대낮에 눈 뜨는 어린 하늘이여.
- 풍경화 中
너는 향기로웠다. 진한 한 병의 향수가 과거의 향수가 되어 평생 지내온 너란 인생의 꽃을 피웠다. 해는 뜨고 지고, 생명은 나고 죽고.. 다시 한번 피어나고 싶구나.
참 멀리도 나는 왔구나.
산도 더 이상 따라오지 않고
강물도 흙이 되어 흐르지 않는다.
구름은 사방에 풀어지고
가가운 저녁도 말라 어두워졌다.
- 밤비 中
죽음은 바로 내일. 주어진 시간은 바로 오늘. 언제 떠날지 모를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인 인간이다. 산도 강물도 구름도 늘 세상의 한 현상으로 남아 있지만, 유독 내일은 자연의 이름을 갖은 그들도 볼 수 없을듯 하다.
어떤 시선에서는 빛이 나오고
다른 시선에서는 어두움 내린다.
어떤 시선과 시선은 마주쳐
자식을 낳았고
다른 시선과 시선은 서로 만나
손잡고 보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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