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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om-SOY ♣/포토에세이 Photo Essay

마음의 窓 - soy

by 소이나는 2017.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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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대구 성내동의 골목길에서



겨울이 끝나갈 무렵 감기에 걸려 목이 많이 아파있었다.

그런데 몸이 어느 정도 좋아지는 것 같아, 친구를 만나 시간을 보내고 친구의 집에서 잠을 청하였다.

하지만 몸이 조금 좋아졌다고 마음이 들떠 방심한 탓인지 자정이 넘고 새벽이 되어가자 모든 것이 불편해졌다.

건조한 공기가 조여오는 압박에 버틸 수가 없었고, 집에 있는 용각산과 약탕기에 끓여놓은 생강차가 몹시 생각이 났다.

결국은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친구에게 돌아간다는 메모를 적어 놓고, 달도 보이지 않았던 어두운 새벽길로 나섰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택시를 잡기에는 불편함이 없었다. 

초췌한 모습으로 택시를 타고 바닷가의 외진 곳으로 가자고 하는 내가 이상해 보였는지 흘끔 처다보신다.

그때 살고 있는 곳이 사람이 사는 곳인가 의아해 할만 한 장소였기에, 늦은 밤 택시를 타면 기사 님들을 안심시켜주기 위해 

사는 곳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해주는 것이 자주 있었기에 목은 아팠지만 자연스럽게 그런 이야기를 해명하듯 건냈고, 

그걸 시작으로 기사 아저씨와 이런 저런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조금 이야기를 하다보니 기사님이 절에 다니시는 이야기를 하신다.

하지만 일상과 같은 일반적인 이야기였고, 그런 이야기 들을 들으니 심란했던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는 것도 같았다.

그런데 거의 도착을 할때가 다되었는데, 문듯 "一切唯心造" 라는 말을 이야기 속에 지나가는 투로 던져 놓으신다.

그리고 나를 도착지에 역시 내려 놓으신다.

사람 하나 없는 외진 길에 서서 잠시 떠나가는 택시를 바라 보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직히  "一切唯心造"를 웅얼거렸다.

그리고 갈매기가 우는 소리에 무심코 하늘을 보니 하늘에는 무수히 많은 별들이 떠있었다.

도심 속 가로등 아래로 아픈 몸을 이끌고 나왔을 때에는 전혀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어쩌면 몸이 아프다는 마음으로 모든 것이 조급해 세상을 보는 시선도 작아진 것은 아니였는가 하는 생각을 가져 보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오랜 시간 바닷가에 살았어도 밤 하늘을 바라 본 것이 거의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평소의 마음 가짐이 하늘을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늘 곁에 있었던 하늘이 더욱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늦은 새벽 낯선 스승이 준 가르침 덕분인지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집에 들어와 생강차를 마시고 잠을 청한 후에 일어나니 감기도 정신에 영향을 받았는지 택시를 타고 떠난 것인지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그때의 일을 잊고 다시 평소의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데 길을 걷다가 작은 창문을 보니 갑자기 "一切唯心造" 말이 떠올랐다.

작은 창 안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坐井觀天과 다를바 없지만, 스스로 몸을 움직여 창으로 다가서면 세상은 더욱 넓어진다.

방 구석으로 파고 들어 더욱 좁아진 성심은 결국 自繩自縛이 되는 것 같았다.

사람의 마음도 이와 같아서, 자신이 싫어하는 자신을 만들어 가는 것 또한 고귀한 자신의 영혼을 스스로 묶는 꼴이 되는 것이다.

이제는 세상의 수없이 많은 窓 들을 바라보면 "一切唯心造"가 떠오른다.



한번쯤 들어 보았을 말.

"一切唯心造"

그 말은 늘 옆에 있는 것이었다.





- 보이지 않는 곳에 마음이 있으니 -


                                      - soy



거친 향에 불을 피워 흐미한 연기로 둔갑하듯 

설렌 의미 모를 떨림의 의미를 부여하고  

마치 없다는 듯 홀연히 떠나가는 나그네


향 내음에 중독되어 머금은 어지러움이야 

다시 하나 꺼내 들어 불 피우면 맛 볼 것을 

무엇이 그리 급하다 허공으로 사그라 들었나.


남아 있는 빈 방에 향기는 보이지 않고

끝 간데 없는 긴 장초 물은 땡초 하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떠벌리며 향불을 피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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