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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 - 윤동주 - 서시 -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윤동주 - 2009. 6. 17.
님의 침묵 - 한용운 - 님의 침묵 -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源泉)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2009. 6. 16.
승무 - 조지훈 - 승무 - 얇은 사[沙]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沙]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에 황촉불이 말 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패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을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 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조지훈 - 2009. 6. 6.
자화상 - 윤동주 - 자화상 -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 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 윤동주 - 2009. 6. 5.
바람이 불어 - 윤동주 - 바람이 불어 - 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와 어디로 불려가는 것일까, 바람이 부는데 내 괴로움에는 이유(理由)가 없다. 내 괴로움에는 이유(理由)가 없을까, 단 한 여자(女子)를 사랑한 일도 없다. 시대(時代)를 슬퍼한 일도 없다. 바람이 자꾸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강물이 자꾸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 위에 섰다. - 윤동주 - 2009. 6. 3.
알 수 없어요 - 한용운 - 알 수 없어요 -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올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날을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은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 한용운 - 2009. 6. 1.
귀천 - 천상병 - 귀천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천상병 - 2009. 5. 31.
추억 - 바이런 - 추억 - 아, 모든 것은 끝났노라! - 꿈이 보여 준 그대로, 미래는 희망의 빛이 사라져 버리고 내 행복의 나날은 끝났다. 불행의 찬바람에 얼어붙어서 내 삶의 동트는 새벽은 구름에 가렸구나. 사랑, 희망 그리고 기쁨이여 안녕히! 나 이제 또 하나 더 잊을 수 없을까, 그추억마저도! - 바이런 (George Gordon Byron) - 영국 (1788~1824) 돈주안, 만프렛, 차일드해럴드의 편력 영웅주의적 자유주의적 정렬적인 애정시 낭만파 시인 2009. 5. 29.
창 앞의 나팔꽃 넝쿨이 - 베케르 - 창 앞의 나팔꽃 넝쿨이 - 창 앞의 나팔꽃 넝쿨이 흔들리는 것을 보시고 지나가는 바람이 한숨짓는다 의심할실 양이면 그 푸른 앞 뒤에 내가 숨어 한숨짓는 줄 아세요. 그대 위에서 무슨 소리 나직히 들리며 그대 이름 멀리서 부른다 의심하실 양이면 좇아오는 그림자 속에 내가 있어 그대를 부른 걸로 생각하세요. 한밤중에 그대 가슴 이상하게도 산산이 흩어져 설레고 입술에 불타는 입김을 느끼시거든 눈에는 안 보여도 그대 바로 곁에 내 입김이 서린다고 생각하세요. - 구트타보 아돌포 베케르 - (Gusstavo Adolfo Becquer - 스페인 1836~1870) 스페인 후기 낭만파 2009. 5. 28.
동방의 등불 - 타고르 - 동방의 등불 -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였던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 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마음에는 두려움이 없고 머리는 높이 쳐들린 곳, 지식은 자유스럽고 좁은 장벽으로 세계가 갈라지지 않는 곳, 진실의 깊은 속에서 말씀이 솟아나는 곳, 끊임없는 노력이 완성을 향해 팔을 벌리는 곳, 지성의 맑은 흐름이 굳어진 습관의 모래 벌판에 길 잃지 않는 곳, 무한히 펴져나가는 생각과 행동으로 우리들의 마음이 인도되는 곳, 그러한 자유의 천국으로 내 마음의 조국 코리아여 깨어나소서. - 타고르 - (Rabindranath Tagore, 1861~1941) 1913년 동양인 최초 노벨 문학상 수상 벵골 교유의 종교 문학에 정통 시집 : 기탄자리, 과일줍기 2009. 5. 27.
꽃피는 달밤에 - A에게 (윤곤강) 꽃피는 달밤에 - A에게 빛나는 해와 밝은 달이 있기로 하늘은 금빛도 되고 은빛도 되옵니다. 사랑엔 기쁨과 슬픔이 같이 있기로 우리는 살 수도 죽을 수도 있으오이다. 꽃피는 봄은 가고 잎피는 여름이 오기로 두견새 우는 달밤은 더욱 슬프오이다. 이슬이 달빛을 쓰고 꽃잎에 잠들기로 나는 눈물의 진주구슬로 이 밤을 새웁니다. 만일 당신의 사랑을 내 손바닥에 담아 금방울 같은 소리를 낼 수 있다면 아아, 고대 죽어도 나는 슬프지 않겠노라. - 윤곤강 - (1911~1949) 서산 출생, 본명은 명원, 일제시대 풍자적 퇴폐적 시 보성중학, 중앙대학 교수 역임 2009. 5. 24.
달아 - 이상화 - 달아 - 달아! 하늘 가득히 서러운 안개 속에 꿈모닥이 같이 떠도는 달아 나는 혼자 고요한 오늘밤을 들창에 기대어 처음으로 안 잊히는 그이만 생각는다 달아! 너의 얼굴이 그이와 같네 언제 보아도 웃던 그이와 같네 착해도 보이는 달아 만져 보고 저운 달아 잘도 자는 풀과 나무가 예사롭지 않네 달아! 나도 나도 문틈으로 너를 보고 그이 가깝게 있는 듯이 야릇한 이 마음 안은 이대로 다른 꿈은 꾸지도 말고 단잠에 들고 싶다 달아! 너는 나를 보네 밤마다 손치는 그이 눈으로 - 달아 달아 즐거운 이 가슴이 아프기 전에 잠 재워다오 - 내가 내가 자야겠네 - 이상화 - (1901~1943) 3.1운동 대구에서 참여, 대구 교남학교 교편생활, 2009. 5. 23.
향수(鄕愁) - 정지용 - 향수 - 넓은 벌 동쪽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 시는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 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지고 이삭 줏던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별 알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 2009. 5. 22.
성냥개비 사랑 - 프레베르 - 성냥개비 사랑 - 고요한 어둠이 깔리는 시간 성냥개비 세 알에 하나씩 하나씩 불을 붙여 본다 하나는 당신의 얼굴을 비추기 위해 또 하나는 당신의 눈을 보기 위해 마지막 하나는 당신의 입술을 ..... 그 후엔 어둠 속에서 당신을 포옹하며 그 모든 것을 생각한다. - 프레베르 (Jacques Prevert) - 프랑스 1900년 생 시인, 시나리오 작가, 시집 - 파롤, 구경거리 2009. 5. 21.
앨범에 적은 비망록 - 바이런 - 앨범에 적은 비망록 - (말타 섬에서) 차가운 묘비에 새겨진 어떤 이름이 길손의 발길을 멈추게 하듯, 그대 홀로 이 비망록 한 페이지를 펼쳐 볼 때마다 내 이름 애수에 잠긴 그대 눈길을 끌지어다. 세월이 흐른 어느 먼 훗날, 어쩌다 그대 내 이름 한 자 읽거든, 죽은 이 추모하듯, 날 생각해 주시고 내 마음 여기 묻혀 있다 생각하세요 - 바이런 (George Gordon Byron) - 영국 1788 ~ 1824 낭만파 시인, 영웅주의적, 자유주의적 정렬적인 애정시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갑자기 유명해졌다.' 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분 시집 - 돈주안, 마프렛, 차일드 해럴드의 편력 2009.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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