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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도라꽃 - 에머슨 - 로도라꽃 - 5월, 바닷바람이 불어올 때 숲에서 갓 피어난 로도라꽃을 보았나니 습지의 한 구석에서 그 잎 없는 꽃을 무수히 피워 들판과 천천히 흐르는 강물에 기쁨을 주고 있다. 웅덩이에 떨어진 보랏빛 꽃잎은 그 예쁜 빛깔로 시커먼 물을 환하게 하였다. 여기서는 붉은 새가 한 숨 쉬러 와서는 새의 차림을 무색케 하는 그 꽃을 사랑하리라. 로도라꽃이여, 혹 세상의 현자들이 네게 왜 그런 아름다움을 땅과 하늘에 낭비하는가 물으면 이렇게 말하라 ㅡ 만일 눈이 보라고 만들어졌다면 아름다움은 그것 자체가 존재의 이유라고. 왜 여기에 피었느냐, 오오 장미의 경쟁자여 나는 그 질문을 할 생각도 없었고 알지도 못했다. 다만 단순히 이렇게 생각한다. 여기에 나를 생기게 만든 힘이 너를 생겨나게 했을 것이다 라고. - .. 2009. 5. 17.
초혼 - 김소월 - 초혼 (招魂) -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자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켜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김소월 - (1902 ~ 1934) 평북 정주 출생, 2009. 5. 15.
사랑 - 바울 - 사랑 -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투기하는 자가 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치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사랑은 언제까지든지 떨어지지 아니하나 예언도 폐하고 방언도 그치고 지식도 폐하리라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진대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니라. - 바울(Paulos) - 기독교의 대 사도. 2009. 5. 11.
봄비 - 심훈 - 봄비 - 하나님이 깊은 밤에 피아노를 두드리시네. 건반 위에 춤추는 하얀 손은 보이지 않아도 섬돌에, 양철 지붕에, 그 소리만 동당 도드랑 이 밤엔 하나님도 답답하셔서 잠 한숨도 못 이루시네. - 심훈 - (1901 ~ 1936) 경기도 시흥 출생, 조선일보 동아일보 기자 역임 저서 : 상록수, 그날이 오면 2009. 5. 6.
번즈 - 산골 마리이 - 산골 마리이 - 몽고메리 성 근처의 산기슭이여 둔덕이여, 흐르는 시냇물이여 나뭇잎 푸르고, 꽃들은 아름답고 시냇물은 맑고 깨끗하였네. 그곳에 여름날은 빨리도 찾아와 그곳에 오래도록 머물러 있었네. 나는 그 기슭에서 산골 처녀 마리이에게 마지막 작별을 고하고 헤어졌네. 오, 지난날 뜨겁게 입맞춤하던 장밋빛 그 입술 이젠 시들었고, 잔잔한 눈매로 나를 바라보던 빛나는 그 눙동자 영영 닫혀 버렸네. 지난날 나를 사랑하던 마음마저 이제는 말없는 흙덩이가 되었는가. 그러나, 아직도 내 마음 깊은 곳에 산골 마리이는 죽지 않고 살아 있네. - 번즈 (Robert Burns) - 영국 1759 ~ `786 스코틀랜드의 농가 출생, 농장 노동을하며 님요풍의 연애시를 많이 남긴 18세기 낭만파 선구 시인 2009. 5. 1.
때 - 김광규 - 때 - 남녘 들판에 곡식이 뜨겁게 익고 장대 같은 빗줄기 오랫동안 쏟아진 다음 남지나해의 회오리바람 세차게 불어와 여름내 흘린 땀과 곳곳에 쌓인 먼지 말끔히 씻어갈 때 앞산의 검푸른 숲이 짙은 숨결 뿜어내고 대추나무 우듬지에 한두 개 누르스름한 이파리 생겨날 때 광복절이 어느새 지나가고 며칠 안 남은 여름방학을 아이들이 아쉬워할 때 한낮의 여치 노래 소리보다 저녁의 귀뚜라미 울음 소리 더욱 커질 때 가을은 이미 곁에 와 있다. 여름이라고 생각지 말자 아직도 늦여름이라고 고집하지 말자 이제는 무엇이가 거두어들일 때 - 김광규 - 2009. 4. 28.
생명의 서 - 유치환 - 생명의 서 -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懷疑)를 구하지 못하고 내 도한 삶의 애증(愛憎)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沙漠)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永怯)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神)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의 끝. 그 열렬한 고독(孤獨)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對面)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沙丘)에 회한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 유치환 - 2009. 4. 24.
샌드버그 - 안개 - 안개 - 안개가 내리네 작은 고양이 발에. 안개는 조용히 앉아 항구와 도시를 허리 굽혀 말없이 바라보다가 어디론가 떠나가네. - 샌드버그 - (1978~1967) 퓰리쳐상 2009. 4. 22.
김소월 - 엄마야 누나야 - 엄마야 누나야 - 엄마야 누나야 강변(江邊)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랫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 김소월 - (1902~1934), 평안북도 정주군 출생 2009. 4. 20.
이상화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해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달이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나리던 곱은 비로 너는 삼단같은 머리털을 감었구나, 내 머리조차 가쁜하다. 혼자라도 가쁘게 나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들 .. 2009. 4. 14.
김소월 - 못 잊어 - 못 잊어 -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 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 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우리다. 그러나 또 한편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나겠지요?' - 김소월 - (1902 ~ 1934) 본명 : 정식 (廷湜) 2009. 4. 10.
사랑 - 헤르만 헤세 - 사랑 - 키스로 나를 축복해 주는 너의 입술을 즐거운 나의 입이 다시 만나고 싶어한다 고운 너의 손가락을 어루만지며 나의 손가락에 깍지끼고 싶다 내 눈의 목마름을 네 눈에서 적시고 내 머리를 깊숙이 네 머리에 묻고 언제나 눈 떠 있는 젊은 육체로 네 몸의 움직임에 충실히 따라 늘 새로운 사랑의 불꽃으로 천 번이나 너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하고 싶다 우리의 마음이 온전히 가라앉고 감사하게 모든 괴로움을 이기고 복되게 살 때까지 낮과 밤에 오늘과 내일에 담담히 다정한 누이로서 인사할 때까지 모든 행위를 넘어서서 빛에 사인 사람으로 조용히 평화 속을 거닐 때까지 - Hermann Hesse - 독일 1877 ~ 1962 신로맨티시즘 문학의 완성장, 1946년 노벨 문학상 2009. 4. 9.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 모란이 피기까지는 -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하게 무너졌으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한양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김영랑 - (전남 강진, 본명 윤식) (1903~1950) 2008. 9. 21.
민중의 소리 - 흴더를린 - 민중의 소리 - 민중의 소리 그것은 곧 하느님의 소리라고 나는 일찍이 젊고 순수한 마음으로 느낀 적 있었고 지금 똔한 그러하다. 시대의 흐름은 내 생각엔 아랑곳하지 않고 소용돌이치고 있다. 그러나 그런데도 그 소리를 나는 듣고 싶다. 그리고 때때로 그 거센 소리에 내 마음은 감독하고 또한 힘을 느낀다. 그것은 내 퀘도가 아니다, 그러나 바로 마침내 한 바다로 이르는 궤도를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 흴더를릴 - (독일, 1770 ~ 1843) 2008. 9. 19.
이방인 - 보를레르 - 이방인 - 너는 누구를 가장 사랑하느냐? 수수께끼와 같은 사람아 말하여 보라. 너의 아버지냐, 또는 형제 자매이냐? - 내게는 부모도 형제 자매도 있지 않다. 그러면 너의 친구냐? - 지금 당신은 뜻조차 알 수 없는 어휘를 쓰고 있다. 그러면 너의 조국이냐? - 그것이 어느 위도에 자리하고 있는지 나는 모른다. 그러면 아름다운 여인이냐? - 아아, 만일 불사의 여신이라면, 나는 그를 사랑할 수도 있으련만. 그러면 돈이냐? - 나는 그것을 가장 싫어한다. 마치 당신이 신을 미워하고 있는 것 처럼 세상에서도 보기 드문 에뜨랑제여! - 나는 저 구름을 사랑한다... 저 하염없이 흘러가는 구름을 사랑한다... 보라, 다시 보라, ... 저 불가사의한 몽롱한 구름을. - 보들레르 - (1821 ~ 1867 프.. 2008.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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