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문학217 여수장우중문시 - 을지문덕 - 여수장우중문시(與隋將于仲文詩) - - 을지문덕 神策究天文 (신책구천문) 妙算窮地理 (묘산궁지리) 戰勝功旣高 (전승공기고) 知足願云止 (지족원운지) 신기한 책략은 천문을 꿰뚫고 기묘한 방책은 지리를 통달하였소 전쟁에서 이긴 공이 이미 높으니 만족함을 알거든 그치기를 바라노라. 을지문덕이 수나라의 30만 대군을 맞아 살수에서 싸울 때에, 싸우기에 앞서 적장인 우중문에게 조롱조로 지어 보낸 시 2009. 9. 30. 모죽지랑가 - 득오 (향가, 삼국유사) - 모죽지랑가 - - 득오 간 봉을 그리워하매 모든 것이 울어서 시름하는구나. 아름다움 나타내신 얼굴에 주름살이 지려 하는구나. 눈 돌이킬 사이에나마 만나 뵙기를 짓고저 죽지랑이여, 그리운 마음에 가는 길에 다북쑥 우거진 마을에 잘 밤이 있으리오. 2009. 9. 29. 동백꽃 - 김유정 동백꽃 - 김유정 줄거리 열일곱 살인 '나'는 3년 전에 이 마을에 들어와 점순네 집에서 소작을 하며 지낸다. 점순이는 나와 동갑내기였고, 매우 활달하고, 부끄럼없는 계집애였다. 어느 날, 울타리를 고치고 있는 나에게 점순이가 감자를 먹으라고 주는 것이다. 나는 "느 집엔 이거 없지." 하며 주는 점순이가 미워서 거절하였다. 점순이는 얼굴이 붉어졌고, 눈물가지 흘렸다. 이 일이 있은 후로는 나를 매우 못살게 굴었다. 우리 집의 씨암닭에게 고추장을 먹이기도 해봤지만 여전히 싸움에 졌고, 고추장을 더 먹이자 뻐드러지기만 했다. 닭장 속에 닭을 넣어두었고, 산에 나무를 하러가고 내가 없을 때 점순이는 우리 닭을 몰래 꺼내다가 다시 싸움을 붙여서 거의 빈사상태를 만들어 놓고도 동백꽃 사이에 앉아 호드기만 불고 .. 2009. 8. 13. 유예 - 오상원 유예 - 오상원 1. 줄거리 수색대의 소대장인 나는 소대원을 이끌고 북을 향하여 전진해 나갔다. 전진해 가다보니 적의 배후 깊숙이 너무 파고들어 본대와의 연락이 끊어져 버리고 후퇴하기도 힘든 상황이 되었다. 적과의 접전은 불리하므로, 낮은 언덕 밑으로 포복하며 움직였다. 어디선가 총알은 날아왔고, 소전투가 시작되었다. 이런 몇 번의 소전투로 소대원을 한명 두명 잃었고, 전투 외에도 기아와 피로, 혹독한 추위와 첩첩히 쌓인 눈, 그리고 방향조차 알 수 없는 극한 상황에 도달했다. 또 눈과 기아와 추위와 싸움이 계속되었다. 이 자연과의 싸움에 쓰러지기 시작하였다. 그나마 몇 명 되지 않는 소대원을 이끌고 대로를 횡단하다가 적의 집중 공격을 받아 모두 잃었을 뿐만 아니라 거기에다 믿고 의지해 왔던 선임하사마저.. 2009. 7. 21. 산도화 - 박목월 - 산도화 - 산은 구강산(九江山) 보랏빛 석산(石山). 산도화 두어 송이 송이 버는데, 봄눈 녹아 흐르는 옥 같은 물에 사슴은 암사슴 발을 씻는다. - 박목월 - 2009. 7. 19. 제망매가 - 월명사 - 제망매가 - 생사의 길은 예 있음에 머믓거리고, 나는 간다는 말도 못다 이르고 어찌 갑니까.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이에 저에 떨어질 잎처럼, 한 가지에 나고 가는 곳 모르온저, 아아. 미타찰에서 만날 나 도 닦아 기다리겠노라. - 월명사 - 2009. 7. 18.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 -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一生을 살아갔다. 네가 본건, 지붕 덮은 쇠 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 항아리. 아침 저녁 네 마음속 구름을 닦고 티 없이 맑은 永遠의 하늘 볼 수 있는 사람은 畏敬을 알리라 아침 저녁 네 머리 위 쇠항아릴 찢고 티 없이 맑은 久遠의 하늘 마실 수 있는 사람은 憐憫을 알리라 차마 삼가서 발걸음도 조심 마음 아모리며. 서럽게 아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 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 - 2009. 7. 16. 외인촌 - 김광균 - 외인촌 - 하이얀 모색(暮色) 속에 피어있는 산협촌(産峽村)의 고독한 그림 속으로 파아란 역등(驛燈)을 달은 마차(馬車)가 한 대 잠기어 가고 바다를 향한 산마루ㅅ길에 우두커니 서 있는 전신주 위엔 지나가던 구름 하나 새빨간 노을에 젖어 있었다. 바람에 불리우는 작은 집들이 창을 내리고, 갈대밭에 묻히인 돌다리 아래선 작은 시내가 물방울을 굴리고, 안개 자욱한 화원지(花園地)의 벤취 위엔 한낮에 소녀들이 남기고 간 가벼운 웃음과 시들은 꽃다발이 흩어져 있었다. 외인 묘지의 어두운 수풀 뒤엔 밤새도록 가느다란 별빛이 내리고, 공백(空白)한 하늘에 걸려 있는 촌락의 시계가 여윈 손길을 저어 열 시를 가리키면, 날카로운 고탑같이 언덕 위에 솟아 있는 퇴색한 성교당의 지붕 위에선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 2009. 7. 15. 폭포 - 김수영 - 폭포(瀑布) - 폭포(瀑布)는 곧은 절벽(絶壁)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規定)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向)하여 떨어진다는 의미(意味)도 없이 계절(季節)과 주야(晝夜)를 가리지 않고 고매(高邁)한 정신(精神)처럼 쉴사이없이 떨어진다. 금잔화(金盞花)도 인가(人家)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瀑布)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醉)할 순간(瞬間)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타(懶惰)와 안정(安定)을 뒤집어 놓은 듯이 높이도 폭(幅)도 없이 떨어진다. - 김수영 - 2009. 7. 11. 들길에 서서 - 신석정 - 들길에 서서 - 푸른 산이 흰구름을 지니고 살 듯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하늘을 향하고 산림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젊은 산맥으로 삼고 부절히 움직인다는 지구를 밟았거니 .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이냐.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푸른 별을 바라보는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이거니.... - 신석정 - 2009. 7. 10. 쉽게 씌어진 시 - 윤동주 - 쉽게 씌어진 시 -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진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 윤동주- 2009. 7. 9. 농무 - 신경림 - 농무 -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 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꺼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거나. - 신경림 - 2009. 7. 8. 참회록 - 윤동주 - 참회록 -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王朝)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이 한 줄에 줄이자.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그 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 윤동주 - 2009. 7. 7. 눈이 오시네 - 이상화 - 눈이 오시네 - 눈이 오시면 - 내 마음은 미치나니 내 마음은 달뜨나니 오 눈 오시는 오늘밤에 그리운 그이는 가시네 그리운 그이는 가시고 눈은 자꾸 오시네 눈이 오시면 - 내 마음은 달뜨나니 내 마음은 미치나니 아 눈 오시는 이 밤에 그리운 그이는 가시네 그리운 그이는 가시고 눈은 오시네! - 이상화 - (1901 ~ 1943) 2009. 7. 5. 설야 (雪夜) - 노자경 - 설야 - 어느 그리운 이를 찾아오는 고운 발주욱이기에 이다지도 사뿐사뿐 조심성스러운고? 장창(長窓)을 새어새어 툇돌 위에 불빛이 희미한데 모밀꽃 피는 듯 흰 눈이 말없이 내려.... 호젓한 가슴 먼 옛날이 그립구나. 뜰 앞에 두 활개 느리고 섰노라면 애무하는 ㄷ스 내머리에 송이송이 쌓이는 흰 눈. 아, 이 마음 흰 눈 위에 가닥가닥 옛날의 조각을 다시 맞추어 그리운 그날을 고이 부르다. - 노자경 - (1898~1940) 2009. 7. 4. 이전 1 ··· 7 8 9 10 11 12 13 ··· 15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