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으로 시를 써본 것은 학교 선생님이 시를 한편 써오라는 숙제 때문이였다.
도대체가 시라는 것이 낯설어 어찌 써야 할지 도통 모르고 있을 때에,
마침 밤 하늘에 비가 내려고 아무 생각 없이 몇자를 끄적이며 이것도 '시'랍시고 써서 숙제를 냈다.
- 봄 비 -
- soy
지금 보면 오글거리고 너무 유치 뽕짝인 시를 선생님께서 좋게 봐주셔서 판넬로 만들어 주셨다.
너무 유치해서 내가 쓴게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기도 하지만,
어려서 썼던 이 시가 나름 순수해보이기도하고, 처음 시를 쓰던 그때의 마음이 아직 가슴 속에 남아 있어, 내게는 소중한 시로 남아있다.
그런데 요즘은 저런 유치한 거라도 좀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상하게 어느 한 문장을 쓰는 것도 쉽지가 않다.
어떠한 것이 그냥 쓰고 싶어서 억지로 시간을 내어 무언가를 써보려고도 하지만, 너무 인위적이고 글자 들을 모아서 조합하는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들어 오히려 실증이 나기도 한다.
올해 봄에 썼던 아래의 끄적임도 억지로 써 내려간 글자들이었다.
- 달라진 봄비 -
- soy
올해도 비는 내려 생명의 시작을 알리지만
생명 받아 죽음을 내뿜는 고약한 영혼은 지루한 반복에 괴로워 하며
태초의 아름다움을 잃어간다.
누구에게나 비옥했던 가슴의 토양에 한 줄기 빗물이 적셔
곱게 숨겨둔 씨앗 키워가면 중력 따위 거스르고 하늘 향해 커가길 바랬지만
익어가는 벼의 모습을 닮아 땅을 향해 숙이고만다.
올해도 비는 내려 가슴을 적시는데
비를 받아 먹던 어린 새싹의 꿈은 어디로 산화되었나.
올해도 비는 내려 심장을 두드리는데
굳게 닫혀진 마음의 문은 그 누가 잠궈두었나.
나의 '봄비'는 이미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저 순수하게 빗소리가 좋아 썼던 어린 마음은, 계절의 반복이 지겨운 고루한 어른의 지루함의 반복일 뿐이고,
자기의 꿈을 다 이룰 것 같았던 넓은 마음은 점점 고개를 숙이는 것에만 익숙한 머리가 무거운 사람이 되어버렸다.
시간은 흘러도 지구가 돌고, 구름이 몰려오고, 새해가 되고, 봄비는 내렸지만... 모든 것이 변한 것은 없지만...
스스로의 살아가는 모습을 숨기고 싶어 자신을 변하게 만든 자신이란 족쇄 속에 나를 가두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그 열쇠를 스스로 지니고 있으며, 찾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어 버렸다.
燈下不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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