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 soy
홀로서기 잠시 지쳤다고, 조금만 쉬고 싶다고, 아니 이제 됐다고, 모두 필요 없다고, 그저 내버려두라고. 이런 말을 수없이 하고 싶었지만,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이런 저런 신세 한탄 한번쯤 펑펑 울며 해보고 싶었지만, 아무도 들어줄 이가 없다. 단지 자아라는 몹쓸 추상적인 한 사람뿐 이었다. 그걸로 됐다. 잠시 딱딱한 의자에 앉아, 한숨 한번 깊게 쉬고, 무거워진 두 다리에 기대어, 너무나 가벼워진 몸을 일으킬 수밖에... 그걸로 됐다. 아직 너는 숨쉴 수 있고, 아직 너는 설 수 있다.
2015. 9. 15.
늙은 나무 - soy
- 늙은 나무 - - soy 불타는 친구에게 물을 뿌려주고 싶었지만, 떨어지는 친구의 팔을 잡아주고 싶었지만. 추위에 얼어죽는 친구의 몸을 녹여주고 싶었지만, 태풍에 날아가는 친구의 슬픔을 안아주고 싶었지만. 구석에서 배고픔에 썩는 친구에게 열매를 주고 싶었지만. 불타는 친구를 바라보며 울어야 만한, 떨어지는 친구의 팔을 보며 두려워 해야 만한, 추위에 얼어죽는 친구의 몸을 보며 떨어야 만한 태풍에 날아가는 친구의 슬픔을 보며 고통 당해야 만한, 구석에서 배고픔에 써는 친구의 고뇌를 보며 눈 감아야 만한 그런 나무, 그리운 친구를 생각하며 불타고, 팔이 잘리고, 추위에 죽으며, 태풍에 날아가고, 배고픔에 썩어야 만한 그 늙은 나무가 죽어가고 있다.
2015. 9. 3.
돌아갈 곳으로 - soy
돌아갈 곳으로 아침에 눈을 뜨니 비가 내린다. 아침을 느끼고 싶기에는 저 빗소리가 너무 기쁘다. 귓가에 소근 소근 마음을 가라앉게 해준다. 왜 이렇게 비만 오면, 이불 속은 따뜻한 것인지... 훌쩍 털어버리고 싶지만 늘 부지런함과의 싸움에선 지는 쪽인가 보다. 하루를 돌이켜 보며, 그 싸움에서 이긴적은 몇 번 있을까? 공부와 놀이, 잠과 깸, 휴식과 일, 만남과 고독 이런 것들의 연속에서 하루를 보내며, 또 내일을 기약하고 또 다음을 바라며, 순간을 안주한다. 잠시 마음을 놓고 살면, 인생에 주어진 목적이 멀어진다. 그걸 생각하면 안타깝다. 그래서 더욱 무언가를 위해 나아가야 하는데, 내일 세상을 떠나도 부끄럽지 않게, 당당히 세상을 보내고 돌아왔다고, 말 할 수 있어야하는데, 과연 될까? 갑자기 번잡한..
2015. 9. 2.